[사설] 'EU 모범' 독일 집권당의 코로나 경제위기 대처법

최저임금·법인세 인하…기업활력 높여 고용 창출
규제강화·과거집착하는 韓 거대 여당과 대비돼
유럽에서 코로나 위기 대처 모범국으로 꼽히는 독일의 집권당이 경제난 타개와 ‘포스트 코로나’ 시대 대비를 위해 최저임금 인하, 근로시간 유연화, 법인세율 인하 등을 주요 개혁 과제로 선정해 주목된다. 1560억유로(약 213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는 등 공격적인 ‘돈 풀기’에 나선 상황에서, 재정정책이 효과를 내려면 제도 개혁이 수반돼야 한다고 본 것이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독민주당과 기독사회당 연합 정권은 최근 ‘독일 성장을 위한 프로그램: 경제 재시동을 위한 10가지 과제’라는 정책제안서 검토에 들어갔다. 이 보고서는 근로시간 및 임금 관련 규제 완화와 감세를 통해 기업 부담을 줄이고, 일자리를 확충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당 안팎의 협의를 거쳐야 하는 만큼 시행까지 변수가 있지만 집권당이 제시한 위기 극복 대책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보고서에는 시간당 9.35유로인 최저임금을 동결 또는 인하해 기업의 고정비 부담을 줄이는 방안이 포함됐다. 하루 단위로 정해진 근무시간 제한도 주당 48시간 이내에서 자유롭게 정할 수 있게 할 방침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고 수준인 법인세율(30~33%)을 낮추는 내용도 담겼다. 옛 동독 지역 재건을 위해 걷고 있는 통일연대세 폐지도 들어 있다.

독일 집권당의 이런 움직임에선 ‘정치적 부담이 커도 규제개혁을 외면할 수 없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독일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2차 세계대전 후 최악인 -6.3%에 이를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다. 이런 판국에 저소득층과 야당의 반발이 뻔한 최저임금 인하 카드를 꺼내든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선택이다. ‘최저임금은 항상 올라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깬 역발상으로 경제 회복에 나선 셈이다.

이런 행보는 우리나라 거대 여당의 총선 압승 후 행보와 극명하게 대비된다. 더불어민주당은 독일 집권당과는 반대로 기업과 시장에 대한 규제를 더욱 강화하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잡고 있다. 그제 당선자 워크숍을 통해 고가 주택의 종합부동산세 부담을 늘리고, 상법 공정거래법을 전면 개정해 기업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의 21대 국회 5대 정책과제를 제시했다. 아울러 윤미향 당선자 엄호, 대법원 판결이 난 한명숙 전 총리 사건과 30여 년 전 대한항공(KAL) 여객기 폭파사건 재조사 요구 등 민생과 무관한 퇴행적 행보도 거듭하고 있다.

국민이 4·15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민주당을 밀어준 것은 ‘위기 극복에 앞장서 확실히 성과를 내라’는 뜻일 것이다. 하지만 최근 민주당의 행보는 코로나 극복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던 그동안의 다짐들이 ‘립서비스’ 아니었나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국정을 책임진 여당이라면 더 늦기 전에 독일 등 선진국 집권당들이 어떻게 대처하는지 돌아보고 위기 극복에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177석 거대 여당이 된 것이 “우리가 예뻐서가 아니라 책임을 제대로 지라는 뜻”(정세균 국무총리)이란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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