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팅 순위, 2년새 159위→24위 '껑충'…'족집게 과외' 받고 확 달라진 매킬로이

'차세대 골프 황제' 매킬로이의 퍼팅 비결

브래드 팩슨에게 레슨 받아
드라이버·아이언처럼 퍼터도
샤프트 길이·라이각 등
자기에게 맞는 클럽 사용해야
‘차세대 골프 황제’ 로리 매킬로이(31·북아일랜드)는 그린보단 티잉 에어리어에서 인정받는 선수다. 미국 한 언론이 총 39명의 정상급 프로골퍼에게 ‘다른 선수의 탐나는 기술’을 물어봤는데, 매킬로이의 드라이버 샷이 1위를 차지했다.

그는 300야드가 넘는 장타를 때리면서 구질도 마음대로 조절한다. 그런데 그는 생각보다 퍼팅도 잘한다. 정확히는 지난해부터 잘하고 있다. 2017년 159위(-0.304)였던 퍼팅 이득 타수가 2018년 97위(0.060)로 소폭 오른 뒤 지난해 24위(0.425)로 껑충 뛰었다. 퍼팅 관련 기록과 우승도 비례했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2017년 무승, 2018년 1승, 2019년 4승을 거뒀다.○“내게 맞는 퍼터 찾아라”

바꾼 그립이나 퍼터 덕을 봤을 수 있다. 하지만 ‘퍼팅 귀신’으로 불리는 브래드 팩슨에게 받은 ‘족집게 과외’ 덕분이라는 분석이 더 설득력을 얻는다. 매킬로이는 2018년 3월 PGA투어 발스파챔피언십에서 커트탈락하고 팩슨에게 레슨을 받았다. 미국 골프다이제스트는 지난 2월 매킬로이가 세계랭킹 2위를 탈환하자 “팩슨의 퍼팅 레슨이 매킬로이에게 도움이 됐다”고 썼다.골프다이제스트에 따르면 팩슨은 매킬로이와 3시간의 ‘티타임’ 뒤 퍼터와 샌드웨지, 5번 우드를 가져오게 했다. 팩슨은 매킬로이에게 홀에서 약 2.5m 떨어진 지점에서 클럽당 세 번씩 퍼팅하라고 주문했다. 매킬로이는 퍼터로 한 번, 샌드웨지로 두 번 성공했다. 5번 우드로는 세 번 모두 넣었다.

매킬로이는 “팩슨이 내게 이 같은 훈련을 시킨 이유를 설명하며 ‘현대 골프 퍼팅은 매우 기술적이고 기계적이기 때문에 맞는 각도와 길이의 퍼터를 써야 한다’고 말했다”며 “당시 그 한 번의 레슨이 전부였는데 며칠 뒤 참가한 아널드파머인비테이셔널에서 우승했다”고 회상했다. 드라이버와 아이언처럼 퍼터도 개인에게 맞는 샤프트의 길이와 라이각이 맞는 클럽을 사용해야 한다는 뜻이다. 타이틀리스트와 핑 등 세계 주요 용품사들은 퍼터 피팅 시스템을 구축해 소비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짧은 퍼트는 라인 정렬 없이”매킬로이는 또 얼마 전부터 공에 그려진 ‘일(ㅡ)자’ 라인으로 퍼트 라인을 정렬하지 않는다. 라인을 의식하지 않으니 그린 위 성적이 좋아졌다. 그는 “공에 그려진 라인을 사용하지 않고, 직접 그리지도 않는다”고 밝혔다.

매킬로이는 “(공에 그려진 라인을 정렬하는 방식을) 썼다 안 썼다가를 반복했다”며 “하지만 라인을 의식할 때마다 힘 조절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다보면 타깃과의 거리를 잊게 된다”고 했다. 세계랭킹 3위 욘 람(26·스페인)과 4위 더스틴 존슨(36·미국)도 매킬로이와 같은 이유로 공에 그려진 라인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했다.

세계 100대 교습가 케빈 위크스도 매킬로이와 궤를 같이한다. 위크스는 “20년간 퍼팅 연구를 한 결과 (골프공 라인 정렬 방식이) 효과적인 사람은 전체의 15%에도 미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눈의 시차 효과(관측 시선에 따라 물체 위치가 다르게 인식되는 효과), 입체감 등 방해 요소가 많아 공에 선을 그어도 공이 굴러가는 라인과 딱 맞게 일직선으로 정렬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 같은 시각적 오류를 막기 위해 최근 캘러웨이골프는 필 미컬슨(50·미국)과 협업해 아예 세 개의 선을 그려 넣은 볼(사진)을 출시하기도 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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