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희비 엇갈린 애플·삼성…'계란' 나눠담은 삼성이 옳았다

생산지역 다변화 택한 삼성
74개국 1차 협력사만 2389곳
위기 속 빛난 '공급망 전략'

아이폰 부품 中 '몰빵'한 애플
공장 멈추자 생산 차질 '고전'
애플은 올여름부터 공급망관리(SCM) 실험에 나선다. 이르면 7월부터 신형 아이폰 모델을 미리 생산한 뒤 재고로 쌓아두고 판매한다는 전략이다. 재고를 가능한 한 줄이는 기존 적시생산시스템(JIT)과 정반대 방향이다. 닛케이아시안리뷰 등 외신은 애플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공급망에 구멍이 생기자 전략을 수정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금까지 애플의 전략은 ‘SCM의 교과서’처럼 여겨졌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가 애플을 2018년부터 ‘SCM 마스터’ 반열에 올릴 정도였다. 그러나 코로나19발(發) 세계적인 제조업 위기가 터지면서 굼떠 보였던 삼성의 전략이 재평가받고 있다.
애플은 그동안 제품 설계는 미국이, 생산은 중국이 맡는 이원화 전략을 써왔다. 주요 공급업체 220개 중 약 20%인 41곳을 중국에 두고 있다. 중국 생산 비중은 90%에 달한다. 애플이 경쟁 업체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이익을 낼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코로나19가 터지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중국에 공급망을 집중했던 게 악재로 돌아왔다. 중국 폭스콘 공장이 멈추면서 아이폰 생산도 중단됐다. 공장은 재가동했지만 이번엔 핵심 부품 조달이 막혔다. 올해 말 출시할 신형 아이폰 생산도 한 달가량 늦어질 전망이다. 애플은 다급히 생산기지를 베트남 등 중국 이외 국가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삼성전자는 애플과 달리 철저한 지역 분산 전략을 취하고 있다. 전 세계 74개국에 생산시설 37곳, 판매거점 52곳을 두고 있다. 삼성전자 1차 협력업체만 2389곳이며 중국 생산 비중은 10~15% 정도다.

삼성전자가 2017년 도입한 ‘SCM 1일 결정 체제’도 빛을 발했다. 삼성은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전 세계 원자재와 부품 공급, 제품 수요 등을 한 시간 단위로 측정해 결정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하루 안에 SCM 의사결정을 할 수 있어 시장 변화에 즉각적인 대처가 가능했다는 평가다.

중국에서 공장이 멈춰서면 SCM 시스템이 한국, 인도, 베트남, 브라질 등 다섯 곳의 스마트폰 공장 중 어느 곳의 생산량을 늘릴지, 부품은 어디에서 조달할지 등을 결정한다. 스마트폰용 카메라 모듈 등 핵심 부품도 범용화했다. 제품 모델마다 다른 부품을 쓰면 생산처를 바꾸기 어렵다는 게 삼성 측 설명이다.삼성 관계자는 “비용이 들더라도 부품 공급처와 생산시설을 분산시켜야 코로나19 사태와 같은 재앙적 위기 상황에 대응할 수 있다”며 “삼성 반도체 공장이 코로나19 사태에서도 셧다운(일시적 가동 중단)되지 않았던 건 이 같은 이유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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