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사에 고객 뺏긴 알뜰폰, 삼성·애플 중저가폰에 '반색'

갤럭시A31·아이폰SE '자급제폰' 사전예약 흥행
이통사 불법보조금 살포에 그늘진 알뜰폰 업계
아이폰SE 사전예약이 시작된 지난 29일 오후 서울 강남구 가로수길 애플스토어 앞에 고객이 줄 서 있다.사진=뉴스1
삼성전자와 애플의 중저가 스마트폰 대전(大戰)에 알뜰폰 업계가 미소 짓고 있다. 양사의 보급형 모델 '갤럭시A31'과 '아이폰SE' 자급제 모델이 각광 받으면서 저렴한 알뜰폰 요금제로 고객들 관심이 쏠리고 있어서다.

자급제 폰 수요를 흡수하면 최근 이동통신사의 불법 보조금 살포로 인한 고객 이탈도 만회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3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다음달 7일 보급형 스마트폰 갤럭시A31과 갤럭시A51을 공식 출시한다. 애플은 이보다 하루 앞선 6일 아이폰SE를 내놓는다. 사전예약은 이미 시작됐다.

특히 자급제 모델 중심으로 진행된 사전예약이 흥행 조짐을 보인 게 고무적. 30만원대의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앞세운 갤럭시A31 자급제 모델은 사전예약 첫날인 지난 27일 불과 한 나절 만에 쿠팡·11번가 등에서 완판됐다.

이어 29일 사전판매가 진행된 아이폰SE(50만~70만원대)도 자급제 모델을 취급하는 오픈마켓 위주로 매진 행렬이 이어졌다. 쿠팡은 예약판매 개시 반 나절 만에 준비 물량을 모두 소진했다. 11번가와 애플 공식 리셀러(재판매업자) 프리스비에서도 아이폰SE 자급제 물량이 대부분 색상과 저장용량 모델에서 품절됐다.LTE(롱텀에볼루션) 버전으로 출시된 갤럭시A31, 아이폰SE에 비해 5G(5세대 이동통신) 버전으로 나온 갤럭시A51은 자급제 모델의 인기가 덜한 편이다.

자급제로 구매한 5G폰도 이용자 선택에 따라 LTE 요금제를 쓸 순 있다. 하지만 이통사가 LTE 폰보다 5G폰에 공시지원금을 더 싣는 분위기여서 차라리 이통사를 통해 구매하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알뜰폰 업계도 5G폰보다 LTE로 나온 갤럭시A31과 아이폰SE에 거는 기대가 크다. 일부 알뜰폰 업체가 5G 요금제를 갖추고 있긴 하지만 이통사와 비교해 LTE 요금제가 할인 및 선택폭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갤럭시A31.사진=삼성전자
그동안 중저가 단말기 수급을 학수고대해온 알뜰폰 업체들은 손님 맞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요금제를 더 저렴하게 풀었다.

KB국민은행의 알뜰폰 '리브엠'은 쿠팡과 손잡았다. 쿠팡에서 아이폰SE 자급제 모델을 구매한 고객이 리브엠으로 개통하면 월 4만원대 LTE 무제한 요금제를 1년간 월 2만원대에 제공한다.

세종텔레콤의 '스노우맨'은 5월 한 달간 데이터를 무제한 사용 가능한 LTE 요금제 3종을 1만원대로 제공하는 프로모션을 벌인다. 기본 데이터 소진 뒤에도 1메가비피에스(Mbps) 속도로 데이터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월 5000원대 상당 부가 서비스도 평생 무료 지원한다.헬로모바일도 LTE 요금제 할인 행사를 연다. 프로모션 요금제에 5월 말까지 가입하면 이용기간 내내 월 최대 8800원의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알뜰폰 업계는 중저가 폰 LTE 자급제 수요를 흡수해 이통사와의 마찰을 최소화하면서 최근의 부진을 만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3월 둘째 주부터 4월 첫째 주 사이 이통사로 옮겨간 알뜰폰 가입자는 전월 동기보다 20% 이상 많았다.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는 최근 성명을 내 이통사 대리점들이 알뜰폰 이용자를 겨냥해 수십만원에 달하는 불법 보조금을 지급했다고 주장했다. 이통사들이 증거를 남기지 않는 방법으로 장려금 지급 정책을 전달했다는 것이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이통사와의 마찰로 알뜰폰 업계 분위기가 침체된 상황이다. 가입자 확보가 시급하다"면서 "제조업체들의 5월 중저가폰 경쟁이 알뜰폰 업계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다. 자급제폰 수요가 늘면 알뜰폰 시장도 자연히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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