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다음날 공무원 인건비 삭감…"고통 분담" vs "희생 강요"

정세균 국무총리가 17일 오전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정부가 총선 다음날 긴급재난지원금 마련을 위해 공무원 인건비를 일부 삭감하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불과 6일 전 공무원 인건비 삭감설이 나왔을 때 정부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한 바 있다. 총선을 의식해 발표를 미룬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총선 다음날인 16일 정부는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로 임시국무회의를 열고 2020년도 제2회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의결했다.정부는 소득하위 70% 이하인 1478만 가구에 긴급재난지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2차 추경 재원은 기존 예산을 삭감하는 지출 구조조정 등으로 마련하기로 했다. 지출 구조조정 방안에는 올해 공무원 인건비를 6952억원 삭감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적자국채 발행 없이 재원을 마련하고 공공부문도 코로나19 고통분담을 하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연가보상비 전액을 줄여 3953억원, 공무원 채용 시기를 2분기 이후로 연기해 인건비 2999억원을 각각 마련하기로 했다.연가보상비는 사용하지 않은 일정한 연가일수를 급여로 보상하는 것이다. 정부는 휴가를 권장해 연가를 모두 소진하도록 해 연가보상비 전액을 절감하기로 했다.

공무원 노조는 연가보상비 삭감에 강력 반발했다.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은 성명에서 "연가보상비는 엄연히 노동자가 제공하는 노동의 부차적인 대가로서 애초에 사용자인 정부라 하더라도 일방적으로 강탈할 수 있는 성질의 대상이 아니다"며 "연가보상비 삭감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도 성명에서 "공무원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를 예산상의 이유로 삭감하겠다는 것은 명백한 권리침해"라며 "정부가 하위직 공무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책동을 지속할 경우 총력을 동원해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공무원 노조는 연가보상비 삭감이 하위직 공무원들(5급 미만)의 '실질임금 삭감'이나 다름없다고 보고 있다.

또 노조 측은 정부가 희생을 강요하는 결정을 하면서 사전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통보했다며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공무원 노조는 지난 10일에도 연가보상비를 삭감하려는 정부의 시도를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같은 날 일부 언론에서 정부가 공무원 연가보상비를 삭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기 때문이다.이에 기획재정부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으나 결국 6일 만에 현실이 됐다. 정부가 총선을 의식해 발표를 미룬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한편 공무원 노조 반발에 대해 일각에선 이기적인 태도라는 비판도 나온다. 이미 상당수 민간 기업들은 비용절감 등을 위해 연가보상비를 지급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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