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메르켈 "인구 3명 중 2명은 코로나 감염" 발언으로 구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독일 전체 인구의 3분의 2 이상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될 수밖에 없다"라고 말해 논란을 빚었다. 코로나19 사태 해결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취지에서 한 말이지만 현지 언론과 세계 지도자들 사이에서 '세계적 공황을 초래하는 망언'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메르켈 총리는 11일 베를린에서 독일 정부의 코로나19 대처 현황과 관련된 기자회견에 참석해 "전문가들은 독일 전체 인구의 60~70%가 코로나19에 감염될 것이라고 관측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바이러스가 퍼지고 있지만 사람들은 이에 전혀 면역이 안 되고 마땅한 치료법 또한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다"라고 덧붙였다. 메르켈 총리의 이번 발언은 독일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독일에서는 이날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1656명을 기록했다. 독일의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지난 1일까지 130명에 그쳤지만 이후 10일 만에 10배 넘게 증가했다. 독일의 코로나19 누적 사망자는 3명이다. 독일 현지 언론들은 코로나19 확산 사태가 악화하는 와중에 메르켈 총리가 관련 대응에 소극적이라며 비판하고 있었다.

메르켈 총리는 "코로나19가 무서운 속도로 퍼지고 있다"며 "대응책은 의료 시스템에 과부하가 걸리지 않도록 확산 속도를 늦추는 데 집중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결국 시간과의 싸움"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독일은 세계가 전염병의 여파에 대응하는 데 제 역할을 다 할 것"이라며 "독일이 있는 한 유럽연합(EU)의 노력은 실패하지 않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메르켈 총리의 발언 소식이 알려진 이후 세계 지도자들은 '부적절한 발언'이라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안드레에 바비쉬 체코 총리는 현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메르켈 총리의) 저런 발언은 공황을 초래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라며 "지금은 최악의 상황을 막는 데 집중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독일 현지 언론들도 메르켈 총리의 발언에 대해 비판적인 논조로 보도하고 있다. 현지 방송사 N-TV가 메르켈 총리의 기자회견을 생중계하는 도중 실시한 전화 여론조사에서는 '정부가 코로나 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는가'라는 질문에 부정적인 응답이 긍정적인 응답의 2배 정도로 높게 나타났다.

정연일 기자 ne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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