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이 말 걸면 도망' 우한 폐렴이 바꿔놓은 일상

중국인 동포 많은 지역은 유치원 등원 미뤄
확진자 다녀간 병원 의료진 기피 현상
중국인 입국 금지 주장도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응 의료기관인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을 방문, 정기현 국립중앙의료원장의 안내로 현장 의료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국내에서 4번째 확진자가 나오면서 우한 폐렴(신종 코로나바이러스)공포가 커지고 있다. 우한 폐렴은 현재 치료제가 없고 전염성도 강한 것으로 알려져 국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마샤오웨이 중국 보건위원장은 지난 23일 기자회견에서 이번 바이러스가 1~14일의 잠복기가 있으며 잠복기에도 전염성이 있다고 발표했다.사스나 메르스는 기침과 재채기 등을 통해 감염됐는데 우한 폐렴은 각막을 통해서도 감염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네티즌들은 확진자가 다녀간 병원, 식당 등을 공유하며 해당 장소를 피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특히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메르스 사태 때처럼 확진자가 다녀간 병원, 입원해 있는 병원 의료진 및 그 가족과의 접촉을 피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메르스 사태 때 일부 의료진 및 가족 신상이 공개되는 바람에 의료진 자녀가 왕따를 당하는 상황까지 발생했었다.

중국인이나 중국인 동포가 많은 지역에서는 설 연휴가 끝났음에도 상당수 아이들이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등원하지 않고 있다.

총선이 70여 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출마자들은 선거 사무소 개소식까지 연기하고 있다. 출마자들은 선거 운동을 할 때 악수를 대신할 방법도 고심하고 있다. 커뮤니티에는 결혼식이나 돌잔치를 연기해야 할지, 또는 참석해야 할지를 묻는 게시글이 줄이어 올라오고 있다.

우한 폐렴에 대한 불안감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마스크와 손소독제 판매량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일부 네티즌은 "길에서 중국인을 만나면 가까이 가지 않았다"면서 "혹시라도 중국인이 길을 물어보거나 말을 걸면 도망 갈 것"이라고 했다. 우한 폐렴에 대한 공포가 중국인 혐오로 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중국인을 많이 상대하는 면세점 등에서는 모든 직원의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다.

이미 필리핀 등에서는 중국인의 출입을 금지하는 가게들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필리핀 정부는 우한에서 입국한 중국인 관광객 464명을 돌려보내기도 했다. 이들 중 발열이나 기침 증세가 있는 사람은 없었지만, 우한 폐렴의 확산을 막기 위한 선제적인 조치였다.

중국인의 국내 입국을 한시적으로 금지시켜 달라는 청와대 국민 청원도 올라왔다. 28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중국인 입국 금지 요청'이라는 제목의 청원글은 이날 오후 1시 기준 52만 7000명이 동의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26일 "정부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해 중국에서 들어오는 사람들에 대한 전면적인 입국 금지 조치 등도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은 "너무 불안감을 느낄 필요가 없다"며 이 같은 주장을 일축했다.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우한 폐렴과 관련해 사실과 동떨어진 정보를 모니터링 및 삭제하겠다고 밝혔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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