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中과 1차 서명해도…"11월 대선까지 관세 유지"

시장의 무역전쟁 우려 낮추고
中에 합의 이행 압박 전략
"약속 어기면 관세 다시 인상"
미국이 중국과의 1단계 무역합의 이후에도 올 11월 대선까지는 현 수준의 대(對)중국 관세를 유지한다. 1차 합의로 시장 우려를 완화하면서도 중국에 대한 압박을 이어가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14일(현지시간) CNBC와의 인터뷰에서 “추가 관세 철회는 2단계 무역협상에서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블룸버그통신은 이와 관련해 “미국과 중국이 1단계 합의 이후 최소 10개월이 지난 뒤 관세 인하에 대한 추가 협상을 진행하기로 합의했다”고 보도했다.이에 따라 미국이 현재 중국산 수입품 3700억달러어치에 부과하고 있는 고율 관세 인하 및 철폐는 11월 3일로 예정된 미국 대선 이후에나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25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지난해 9월 1일부터 시행돼 온 1200억달러 규모 중국산 상품에 대한 관세율은 1단계 무역합의에 따라 15%에서 7.5%로 인하된다.

미국은 이 기간 중국이 1단계 합의 내용을 얼마나 충실히 이행하는지 살펴볼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므누신 장관은 “1단계 합의에 중국이 시장 진입을 조건으로 미국 기업에 기술 이전을 요구하는 불합리한 관행을 없앤다는 조건이 포함돼 있다”며 “중국이 이를 포함한 약속들을 어기면 관세를 다시 인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외신들은 “차기 대선을 준비하기 위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략적 행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번 합의대로라면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1단계 무역합의를 통해 시장의 우려를 가라앉히는 동시에 유권자들이 자신의 재선 여부를 결정한 뒤까지 중국 상품에 대한 고율 관세를 유지할 수 있다.미국과 중국은 15일 워싱턴DC에서 1단계 무역합의에 최종 서명했다. 서명식에는 트럼프 대통령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참석했다. 중국 측에서는 류허 부총리가 대표로 나섰다.

앞서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이 2000억달러 규모의 미국산 상품을 추가 구매하는 내용이 1차 무역합의에 포함됐다고 14일 보도했다. 공산품 750억달러, 에너지 500억달러, 농산물 400억달러, 서비스 350억~400억달러 규모로 구매 목표가 설정됐다.

정연일 기자 ne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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