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살해한 솔레이마니, 한때 미국과 함께 싸워"

SCMP "아프간·이라크 등에서 알카에다·IS 격퇴할 때 협력"
"솔레이마니 살해, 미국의 적 뭉치게 해…제 발등 찍은 격"
미군의 폭격으로 사망한 이란 혁명수비대 정예부대 쿠드스군 사령관 가셈 솔레이마니 소장이 한때 미국과 함께 싸웠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8일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지난 3일 미군의 폭격으로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사망한 솔레이마니 사령관이 레바논, 이라크, 시리아 등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에 맞선 것은 사실이지만, 이전에 그는 미국과 협력한 적이 있다.

지난 2011년 9·11 테러가 발생하기 전에 이란은 아프가니스탄에서 수니파 탈레반에 맞서는 무장세력인 북부동맹을 지원하고 있었다.

9·11 테러 발생 후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과 전쟁을 벌이자 솔레이마니 사령관이 이끄는 쿠드스군은 미국의 묵인하에 북부동맹에 대한 지원을 이어갔고, 아프가니스탄 내 탈레반 기지의 지도를 제공하기도 했다. 쿠드스군은 9·11 테러를 일으킨 이슬람 무장단체 알카에다의 이란 내 잔당을 소탕하는 데도 협조했고, 이란은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의 전후 체제를 구축하는 데 일조했다.

솔레이마니 사령관은 지난 2006년 이라크 내 시아파 민병대와 미국이 지지하는 이라크 정부가 휴전을 맺는 것을 도왔고, 시아파 민병대에게 바그다드 내 미국 시설 공격을 멈추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후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미국이 벌인 수니파 극단주의 테러조직 이슬람국가(IS) 격퇴 작전에서 미국과 솔레이마니 사령관은 같은 편에서 싸웠다. 솔레이마니는 이라크 내 시아파 민병대가 IS 격퇴 작전을 벌일 때 전장에 직접 나가 이를 진두지휘했으며, 2015년 초 IS가 점령했던 티크리트 탈환 작전에서는 중심적인 역할을 하기도 했다.

SCMP는 솔레이마니의 행적과 그가 중동 시아파 사이에서 차지했던 절대적인 위상을 생각할 때 미국의 솔레이마니 살해가 '제 발등을 찍은' 격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솔레이마니 사령관은 중동 시아파 사이에서 '우상'과 같은 존재이며, 지난 2018년 설문조사 업체 이란폴과 메릴랜드대학이 한 여론조사에서는 무려 83%의 인기도를 기록해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을 앞질렀다. 전직 미국 중앙정보국(CIA) 분석가인 케네스 폴락은 "중동 시아파에게 솔레이마니 사령관은 제임스 본드, 에르빈 로멜, 레이디 가가를 모두 합친 것과 같은 인물"이라는 평을 내놓기도 했다.

SCMP는 "탄핵 위기에 직면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대선을 앞두고 '결단력 있는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만들고 그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솔레이마니 살해를 지시했다는 분석도 있다"고 전했다.

이어 "하지만 그의 죽음은 중동 전체의 안보를 악화시키고 미국의 적을 하나로 뭉치게 하고 있다"며 "중동과 동부 지중해 지역에서 (솔레이마니) 대리인들의 보복이 예상되며, 이란의 미사일 공격은 단지 그 시작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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