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 前회장, 도쿄 자택서 29일 '혼자 외출' 카메라에 잡혀"

NHK 日수사관계자 인용 보도…사실이면 '악기케이스 탈출극'은 오보
日 인터폴에 '적색수배'…곤 前회장 탈출 계기 보석제도 개선 주장도
日 검찰 간부 "일본의 사법제도를 바보로 만들었다" 분통 터트리기도
'일본 탈출극'으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는 카를로스 곤(65) 전 닛산·르노 얼라이언스 회장이 지난달 말 도쿄 자택에서 외출하는 모습이 감시카메라에 포착됐다고 NHK가 일본 수사 관계자를 인용해 3일 보도했다.보도에 따르면 곤 전 회장이 지난달 29일 낮 도쿄도(東京都) 미나토(港)구에 있는 자택에서 혼자 외출하는 모습이 자택 현관에 설치된 감시 카메라에 촬영됐고, 이후 귀가하는 모습은 확인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일본 경찰은 곤 전 회장이 그날 외출한 이후 다른 장소에서 누군가와 합류해 공항으로 향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주변 방범 카메라 영상을 분석하는 등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가택연금 상태였던 곤 전 회장이 혼자 자택에서 걸어 나왔다면 악기 케이스에 숨어 자택에서 탈출했다는 기존 일본 언론 등의 보도는 사실이 아닌 셈이 된다.앞서 교도통신은 곤 전 회장이 지난달 자택에서 열린 크리스마스 파티에 초대된 악단이 가지고 있던 악기 케이스에 들어가 감시카메라를 피했고, 대기하고 있던 트럭으로 이동했다고 그의 지인을 인용해 전날 보도했다.

자가용 비행기로 추정되는 항공편으로 일본을 출국해 현재 레바논에 있는 곤 전 회장은 미국의 대리인을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전체 탈출 계획을 아내인 캐럴이 짰다는 외신 보도도 부인했다.

그는 "내 아내 캐럴과 다른 가족이 나의 일본 출국에서 역할을 했다는 언론 보도는 거짓"이라며 "나는 혼자 출국을 준비했다.가족은 어떤 역할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곤 전 회장은 재작년 11월 유가증권 보고서 허위기재와 특별배임죄 등 혐의로 일본 사법당국에 의해 구속됐다가 10억엔(약 106억원)의 보석금을 내고 작년 3월 풀려났다.

이후 한 달여 만에 재구속된 뒤 추가 보석 청구 끝에 5억엔(약 53억원)의 보석금을 내고 작년 4월 풀려나 출국금지 상태에서 재판을 기다리고 있었다.일본 수사당국은 보석 조건을 위반하고 외국으로 도피한 곤 전 회장에 대해 국제형사경찰기구(ICPO·인터폴)에 국제수배를 요청했다.

알베르트 세르한 레바논 법무장관은 2일(현지시간) 곤 전 회장에 대한 인터폴의 '적색수배' 요청이 검찰에 접수됐다고 확인했으나, 현재로선 레바논 정부가 곤 전 회장의 신병을 직접 일본에 넘길 가능성은 크지 않은 상황이다.

곤 전 회장의 탈출극에 충격을 받은 일본에선 현행 피고인 보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아사히(朝日)신문은 곤 전 회장의 도주에 관련 "보석 보증금만으로는 피고의 도망을 완전히 막을 수 없는 측면이 부각됐다"며 "앞으로 보석 제도의 기본 방향이 논란이 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도 '일본의 주권을 뒤흔든 곤 피고의 도망'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보석 중인 피고의 도주는 이 외에도 잇따르고 있다"며 "보석제도의 기본 방향과 운용에 대한 논의를 서두르고 싶다"고 지적했다.

산케이(産經)신문은 '곤 피고의 보석을 인정한 것이 잘못이다'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도주 가능성이 있었던 곤 전 회장에 대한 법원의 보석 결정을 비판했다.

도쿄지방법원은 곤 전 회장 수사를 계기로 죄를 인정하지 않으면 장기간 구금하는 일본의 이른바 '인질사법'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이 제기돼 두 차례나 보석 결정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일본 검찰의 한 간부는 곤 전 회장의 레바논 도피에 대해 "일본의 사법제도를 바보로 만들었다.유죄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도주한 것이야"라며 분통을 터트렸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