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값 바닥 쳤다…"내년 5G 수요 타고 회복"

산업 리포트

반도체 업황 전망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쌓여있던 재고 3분기부터 감소
"내년 2분기부터 업황 회복" 기대
반도체 가격이 하락세를 멈추면서 내년 중순에는 반도체 업황이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연일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던 반도체 재고 수준이 3분기부터 본격적으로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 본격적인 ‘5세대(5G) 이동통신 시대’가 열리면서 새로운 수요를 견인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하락세 멈춘 D램 가격16일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DDR4 8Gb(기가비트) D램 가격은 2.81달러, 128Gb MLC 낸드플래시 가격은 4.31달러를 기록했다. 낸드플래시 가격이 7월 반등한 데 이어 D램 가격도 하락세를 멈춘 것이다.

반도체 업체들이 쌓아놓은 재고도 줄어들기 시작했다. 한동안 반도체 가격이 떨어졌음에도 반도체 구매량이 증가하지 않아 반도체 업체들이 쌓아놓은 재고는 늘어만 갔다. 이런 기조는 3분기부터 바뀌기 시작했다.

삼성전자 3분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3분기 말 반도체 재고 자산은 직전 분기인 지난 6월 말의 14조5231억원보다 1조9032억원(13.1%) 줄어든 12조6199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반도체 불황이 시작된 지난해 말 수준(12조7630억원)이다. SK하이닉스도 3분기 사업보고서에서 같은 기간 재고가 5조5887억원에서 5조4736억원으로 1151억원(2.1%) 감소했다고 밝혔다. 다만 두 업체의 반도체 재고는 2017년에 비하면 여전히 많은 수준이다.“5G가 내년 수요 이끌 것”

시장에서는 내년 2~3분기가 되면 반도체 업황이 회복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반도체 수요 회복의 관건은 서버 업체에 달려 있지만, 모바일 분야 수요에 대한 관심도 높다. 5G 이동통신 시대를 맞아 스마트폰 고용량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다. 모바일 D램 수요는 2016년부터 3년여간 정체기에 들어갔다. 전 세계적으로 스마트폰 판매량이 둔화했기 때문이다.

최근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세계 모바일 D램 수요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 업체들이 5G 스마트폰을 잇따라 출시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중국 업체들은 5G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삼성전자와 점유율 경쟁을 벌이면서 앞다퉈 모바일 D램을 사들일 것으로 예상된다.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퀄컴의 최신 AP(스마트폰용 중앙처리장치) 스냅드래곤 865는 최대 12GB(기가바이트)의 D램을 지원하는 것으로 확인된다”며 “2020년 모바일 D램은 전년 대비 20% 이상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스마트폰 용량을 늘리기 위한 낸드플래시 탑재량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하락하던 낸드 가격이 반등세로 돌아선 배경이다. 하드디스크를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가 대체하는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SSD에는 낸드플래시가 들어간다.

문제는 국내 반도체업계가 점유율을 지킬 수 있느냐는 점이다. 특히 낸드플래시 부문에서는 경쟁사인 일본 키옥시아(옛 도시바메모리)와 미국 인텔의 추격 속도가 빠르다. 세계 2위 낸드플래시 기업인 키옥시아의 올 3분기 낸드플래시 매출은 22억2700만달러를 기록하면서 전 분기보다 14.3% 늘었다. 지난 6월 일본 요카이치 공장에서 정전 사고가 일어나 약 3개월 이상 낸드플래시 생산에 차질을 빚었음에도 불구하고 나온 실적이다. 업계에서는 애플의 아이폰 신제품에 키옥시아의 낸드플래시가 대거 탑재되면서 매출이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세계 최대 반도체 기업인 인텔은 서버에 탑재되는 낸드플래시를 중심으로 시장을 공략한다. 인텔의 3분기 낸드플래시 매출은 12억9000만달러로 전 분기보다 무려 37.2% 늘었다.

국내 업체들은 ‘초격차’로 대응한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에 있는 반도체 공장에 80억달러(약 9조5000억원)를 추가 투자한다. 2017년 1단계로 70억달러(약 8조3000억원)를 투자한 데 이어 2단계 투자를 하기로 했다. 시안 공장은 삼성전자의 유일한 해외 메모리반도체 생산기지다. 시안 1공장은 2012년 착공해 2014년 가동에 들어갔다. 시안 2공장은 2021년께 완공된다.

시안 2공장이 2021년께 완공되면 삼성전자 중국 공장의 생산 규모는 월 10만 장(웨이퍼 투입 기준)에서 월 23만 장으로 늘어난다. 시안 공장에서는 주로 V낸드가 양산된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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