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은 '기 싸움'…밀리면 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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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에게 만만하게 보이면 끝
막연한 두려움 대신 자신감 필요

협상결렬시 쓸 대안 분석 후
모든 상황 감내할 각오 다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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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은 ‘기 싸움’이다. 기 싸움에서 밀리는 순간 상대는 만만하게 보기 시작한다. 코너로 밀어붙이고 쥐어짜기 시작한다. 계속해서 밀어붙이면 결국 양보할 것이라는 계산 때문이다. 협상 테이블에 앉아서는 결코 자신이 만만치 않음을 보여줘야 한다.

어려운 협상에서는 누구나 두려움을 느낀다. 하지만 대부분의 두려움에는 근거가 없다. 17세기 프랑스의 철학자 미셸 드 몽테뉴는 “내 인생은 일어나지도 않은 무시무시한 불행들로 가득 찼다”고 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일어나지도 않은 불행’이다. 두려움은 상상한 것보다 더 많은 정신적·육체적·금전적 손실을 준다.두려움의 대안은 믿음이다. 믿음은 어려움을 잘 헤쳐 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뜻한다. 윈스턴 처칠은 “비관주의자는 모든 기회에서 난관을 보지만 낙관주의자는 모든 난관에서 기회를 본다”고 말했다. 이를 협상에 적용하면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은 무엇인가’를 가정해보는 것을 뜻한다.

아울러 최악의 상황을 구체적으로 분석해보면 긴장감은 해소된다. 이를 협상 용어로 WATNA(Worst Alternative to Negotiated Agreement)라고 한다. 협상이 결렬되면 쓸 수 있는 대안을 의미한다. WATNA를 명백하게 밝혀 보고 무슨 일이 일어나든 감내하겠다는 각오를 다져야 한다. ‘까짓것, 그렇다고 내 인생이 끝나는 건 아니잖아’라는 식으로 자신감 있게 임해야 한다. 그것이 오히려 강자를 주눅들게 할 수 있다.

핀란드는 러시아와 스웨덴 사이에 낀 국가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옛 소련은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등 발트 3국을 합병했지만 핀란드는 그대로 뒀다. 세상은 핀란드가 소련에 비굴하게 군 덕분이라며 조롱했다.하지만 소련이 핀란드를 그대로 둔 것은 비굴했기 때문이 아니라 만만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1939년 10월 소련은 핀란드와 발트 3국에 영토 일부의 양도를 요구했다. 이 가운데 핀란드는 소련의 요구를 유일하게 거절했다. 소련은 다음달 핀란드를 침략했다. 전쟁은 석 달 만에 소련의 승리로 끝났다.

‘겨울전쟁’으로 불리는 이 전쟁에서 소련의 탱크에 맞선 핀란드 대전차병 70%가 죽었다. 하지만 정작 질린 쪽은 소련이었다. 육탄으로 탱크에 뛰어들어 포신 속에 총을 들이미는 핀란드 스키부대의 용맹함에 치를 떨었다. 전쟁이 끝나고 보니 핀란드 병사가 한 명 죽을 때, 소련 병사 여덟이 전사했다. 이어진 또 한 번의 전쟁까지 포함해 핀란드인 10만 명, 소련군 50만 명이 사망했다. 소련은 그 후 핀란드를 건드리지 않았다. 심지어 유럽연합(EU) 가입도 눈감아줬다.

이태석 IGM 세계경영연구원 교수
약자가 강자를 이기긴 어렵다. 하지만 아무리 강자라도 자신 있게 맞서는 약자 앞에서는 함부로 못한다. 곤경에 처해 있더라도 절대로 상대에게 매달려서는 안 된다. 즉 자포자기하지 말라는 뜻이다. 상대가 거래를 하자는 것은 거래를 통해 취할 이득이 있다는 얘기다. 상황이 좋지 않고 힘들어도 결코 내색하지 말아야 한다. 떳떳하고 자신감 있는 태도를 보인다면 오히려 상대를 주눅들게 할 수 있다. 협상은 기 싸움이기 때문이다.

이태석 IGM 세계경영연구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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