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K회장 금융권 인사로 교체…아베 정권 '방송장악' 논란

"총리관저 '現회장 야당 너무 신경 쓴다 불만'…인선에 영향력"
NHK 장악 논란 재연될 가능성…2014년에 親정부 성향 회장 논란 자초
일본 공영방송 NHK 회장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의 핵심 기관인 총리관저와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금융권 출신 인사로 교체된다.아베 정권이 공영방송의 비판 기능을 약화하려고 한다는 논란이 재연될 것으로 예상된다.

10일 아사히(朝日)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NHK 경영위원회는 마에다 데루노부(前田晃伸·74) 전 미즈호 파이낸셜 그룹 회장을 전날 차기 NHK 회장으로 선정했다.

마에다 씨는 우에다 료이치(上田良一) 현 회장이 내년 1월 24일 퇴임하면 바통을 이어받는다.마에다 차기 회장은 오이타(大分)현 출신으로 도쿄대 법학부를 졸업하고 1968년 후지(富士)은행에 입사했으며 이 은행에서 부행장까지 지낸 후 2002년 미즈호 홀딩스 사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다이니치칸교(第一勸業)은행, 후지은행, 니혼코교(日本興業)은행 등 3개 은행을 통합해 미즈호 파이낸셜 그룹을 설립한 인물이다.

이시하라 스스무(石原進) NHK경영위원회 위원장은 "3개의 큰 은행을 합병할 때 매우 고생한 경험과 경영의 수완을 지닌 분"이라며 마에다 차기 회장이 NHK의 경영 개혁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표명했다고 요미우리(讀賣)신문은 전했다.이로써 NHK 회장은 2008년 아사히 맥주 출신 후쿠치 시게오(福地茂雄) 씨가 취임한 것을 시작으로 5차례 연속 NHK 외부 출신 인사가 맡게 됐으며 특히 금융업체 출신이 NHK 회장이 되는 것은 마에다가 처음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번 인선이 NHK가 독립성을 유지하고 권력을 제대로 비판하는 데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마이니치(每日)신문은 마에다 씨가 회장으로 낙점된 것에 관해 "경영위원회 인선에 영향력을 지닌 총리관저의 의향이 작용했다"며 그가 "총리관저 인맥"이라는 집권 자민당 관계자의 발언을 10일 보도했다.총리관저에 가까운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총리관저는 '우에다 회장이 야당에 너무 신경을 쓰고, 정권을 비판하는 프로그램에 대한 장악력이 약하다'는 불만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총리관저는 우에다 회장을 이번 임기를 끝으로 교대한다는 방침을 기정사실화하고 있었고 아베 총리가 '금융권 출신자가 좋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도쿄신문은 "저널리즘을 모르는 사람을 앉히는 것은 권력 비판을 싫어하는 자민당 정권의 생각이 작용한 인사"라는 비판도 나온다고 전했다.

NHK 내부에서는 우에다 회장이 연임할 것으로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었고 그는 차기 회장 후보군 중 한명이었다.

우에다 회장은 NHK 프로그램의 인터넷 동시 전송 사업을 추진하는 등 나름대로 성과를 남겼으나 일본 우편·금융 그룹인 닛폰유세이(日本郵政) 계열사 비리 보도와 관련된 논란으로 물러나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NHK의 시사 고발 프로그램인 '클로즈업 겐다이(現代) 플러스(+)'가 닛폰유세이 자회사가 부적절한 방식으로 보험상품을 판매한 것을 보도하자 총무성 사무차관 출신인 스즈키 야스오(鈴木康雄) 닛폰유세이 상급부사장이 NHK 경영위원회를 통해 집요하게 불만을 제기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우에다 회장은 처음에는 닛폰유세이 측의 압력에 저항하다 경영위원회 측의 엄중 주의 처분을 받고 사죄했다.

이런 과정에서 관련 후속 보도가 장기간 지연돼 결과적으로 NHK가 외압에 굴복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전체적인 상황을 종합하면 일본 정부 입장에서는 우에다 회장이 다소 껄끄러운 인물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아베 정권이 NHK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4년 1월 취임한 모미이 가쓰토(인<米+刃>井勝人) 씨 역시 총리관저 인맥을 활용해 NHK 회장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 바 있다.

그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정부가 오른쪽이라고 하는 것을 (NHK가) 왼쪽이라고 하기 어렵다'고 말해 언론사 회장의 자격이 없다는 지적을 샀다.또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관해서는 "한국뿐만 아니라 전쟁지역에는 (위안부가) 있었으며 독일, 프랑스 등에도 있었다"면서 "한국이 일본만 강제연행했다고 주장하니까 이야기가 복잡한 것"이라고 주장해 여론의 비판이 쇄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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