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 위한 선물…'손으로 보는 졸업사진' 기부하는 대학

삼육대 '3D 프린팅 재능기부' 프로그램 정규과목 편성…맹학교 졸업생 흉상 제작
올해 초 졸업생 기부에서 출발…"과목 계속 운영할 것"
'고등학교 졸업사진은 학창 시절 추억의 상징인데, 앞이 보이지 않는 시각장애인들은 졸업사진을 어떻게 볼 수 있을까?'
시각장애 학생들에게 흉상으로 만든 '특별한 졸업사진'을 만들어 준 한 대학생의 따뜻한 기부가 자신이 졸업한 대학교의 정규 교과목으로 편성돼 후배들에게까지 뜻이 이어지고 있다. 2일 삼육대에 따르면 이 대학은 졸업 필수과목인 '지역사회공헌' 교과목에 '3D 프린팅 재능기부' 프로그램을 올해 2학기 신설하고, 서울의 한 맹학교 고등부 졸업생 전원에게 '졸업사진'으로 기부할 흉상을 제작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올해 초 이 대학을 졸업한 임진환(26)씨의 재능기부에서 시작됐다.

3D 프린터로 시각장애인의 흉상을 제작하는 영상을 보고 영감을 받은 임씨는 평소 자신이 공부해오던 3D 스캐닝·프린팅 기술을 활용해 올해 초 시각장애 특수학교인 한빛맹학교 졸업생 8명의 흉상을 하나씩 제작해 각 학생에게 기부했다. 학생 개인마다 졸업생 전원의 흉상을 만들어주는 것도 고민했지만, 인력과 비용상의 문제로 단념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특별한 졸업사진을 선물 받은 맹학교 학생들은 당시 임씨의 기부를 무척 반겼다고 한다.

한빛맹학교 육영아 교사는 "기존 졸업앨범은 일반적 졸업앨범에 점자로 사진 설명과 학생 이름이 추가되는 것이 전부였는데 흉상 선물을 받은 학생들이 매우 기뻐했다"며 "전달식에서 자신의 흉상뿐 아니라 수년간 동고동락하던 친구들의 흉상을 만져보며 신기해했다"고 말했다. 삼육대에 신설된 프로그램 참여 대학생들은 레이저 기술 등을 이용해 물체 외형을 스캔하고, 이를 다시 입체적으로 제작하는 3D 스캐닝·프린팅 기술을 배운다.

이 수업이 특별한 이유는 교육이 아닌 실습에 있다.

3D 스캐닝·프린팅 기술을 바탕으로 맹학교에 재학 중인 시각장애 학생 12명의 흉상을 제작한다. 현재 흉상은 외형 제작을 거쳐 후가공 작업에 돌입한 상태다.

약 17㎝ 높이로, 이목구비와 머리 모양까지 학생들의 모습을 쏙 빼닮았다.

흉상 아래에는 점자와 글씨로 학생들의 이름이 새겨진다.

삼육대 관계자는 "4차산업 관련 기술을 배우고, 이를 활용해 지역사회에 공헌한다는 선한 취지가 학교 교육이념에 부합한다고 판단해 정규 교과목으로 편성했다"며 "향후에도 해당 프로그램을 계속 운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학 졸업 후 3D 프린팅 스타트업에서 설계사로 근무하고 있는 임진환씨는 이번 프로그램에도 직접 참여해 후배들에게 3D 프린팅 관련 교육과 실습을 도우며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다.

임씨는 "시각장애 학생들도 비장애인 학생처럼 사진첩으로 졸업사진을 받는다는 소식을 듣고 이 일을 처음 기획했다"면서 "같이 졸업하는 친구들의 흉상까지 함께 만들어주고 싶었는데, 비용상의 문제로 그렇게 하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임씨는 "대단한 일은 아니었지만, 대학 프로그램이 만들어지는 등 취지가 잘 전달된 것 같아 뿌듯하다"며 "이런 소식이 널리 퍼지고, 많은 사람이 이 일에 동참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흉상 전달식은 이달 20일 한빛맹학교에서 열린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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