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美에 대한 반격 조치 관심 가져달라"…양국 무역합의 깨지나

미·중 무역협상 빨간불

'특별대우' 홍콩, 혜택 사라지면
中 본토와 같은 고율관세 적용
금융허브 위상 하락 "사망선고"
미국과 중국이 홍콩 시위 문제로 결국 정면충돌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홍콩 인권법’과 홍콩에 최루탄 판매 등을 금지한 ‘홍콩 보호법’에 서명하면서다. 중국 정부는 즉각 “내정간섭”이라며 ‘보복’을 예고했다. 이 때문에 미·중 무역협상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홍콩 인권법은 미·중 관계는 물론 아시아 금융허브로서 홍콩의 위상을 뒤흔들 수 있는 법이다. 현재 미국은 1992년 제정된 ‘홍콩 정책법’에 따라 홍콩을 중국 본토와 달리 특별대우하고 있다. 홍콩 인권법은 이 같은 특별대우를 줄지 말지 여부를 미 국무부가 매년 홍콩의 자치 수준을 판단해 결정하도록 했다.

만약 홍콩이 특별대우 혜택을 잃고 중국 본토와 같은 취급을 받으면 홍콩산 제품도 중국산 제품처럼 최고 25%의 고율관세를 맞게 돼 경제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게다가 홍콩 인권법은 홍콩의 자유를 억압한 책임자에 대한 미국 내 자산 동결과 미국 비자 발급 제한 조치를 취할 수 있게 했다.

스티브 창 런던대 중국연구소장은 블룸버그통신에 “(홍콩 인권법은) 핵 옵션”이라며 “우리가 아는 홍콩이 사망하는 것의 시작일 수 있다”고 말했다.최대 관심은 미·중 무역전쟁에 미칠 여파다. 미·중은 지난달 11일 고위급 협상에서 1단계 무역합의에 접근했다. 하지만 중국의 미국 농산물 구매 규모, 미국의 대중 관세 철폐 시기와 범위 등을 놓고 여전히 옥신각신하고 있다. 당초 이달 중순 미·중 정상이 만나 1단계 합의에 서명할 계획이었지만, 지금은 서명 시점이 불투명할 뿐 아니라 서명 주체도 장관급으로 격하될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중국 정부가 강하게 반발하면서 상황이 복잡하게 꼬일 가능성도 있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 성명에서 ‘홍콩 인권법’ 등에 대해 “노골적인 패권행위”라며 “반격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외교부는 테리 브랜스태드 주중 미국대사를 초치해 트럼프 대통령의 홍콩 인권법안 서명에 대해 강력히 항의했다. 겅솽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미국에 대한 보복 조치와 관련한 질문에 “구체적 반격 조치에 관심을 가져달라. 일어날 일은 일어나고야 만다”고 말했다.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의 (법안 서명) 결정은 미·중 무역대화를 망쳐놓을 잠재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법안에 서명하긴 했지만, 중국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법안이 허용한 각종 행정조치를 자제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도 그런 관측을 뒷받침하는 대목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성명에서 “중국과 시진핑 국가주석, 홍콩인들에 대한 존경을 담아 법안에 서명했다”고 했다. 특히 홍콩 인권법에 대해 “그 법의 어떤 조항들은 외교정책 수행에서 대통령의 헌법적 권한을 간섭할 수 있다”며 “우리 행정부는 그 조항들을 외교관계에서 대통령의 헌법적 권한과 일치하도록 다룰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을 자극하지 않겠다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법안 서명은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당초 미 상·하원이 지난 19, 20일 법안을 통과시킨 직후 ‘법안에 서명할 것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은 내 친구”라며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추수감사절(Thanksgiving day) 연휴를 보내기 위해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별장에 머물면서 인근에서 골프를 쳤다. 공개된 백악관 스케줄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법안 서명’ 일정은 없었다. 그러다 갑자기 이날 밤 법안 서명 사실을 공개했다. 시장에 미치는 충격을 최소화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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