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한국의 위기는 지식의 위기

경제가 성장하려면
기업이 투자해야 하는데
'소주성' 같은 정반대 정책뿐

정치인을 포함한 국민 모두가
시장경제 원리 존중하도록 해야

안재욱 < 경희대 경제학과 교수 >
18세기 프랑스 계몽주의 경제학자 중에 리샤르 캉티용이란 인물이 있다. 그는 새로운 통화가 경제에 유입되면 새로 유입된 통화를 일찍 손에 넣은 사람의 실질구매력은 증가하지만, 통화량 증가로 물가가 오르기 때문에 새로 유입된 통화를 나중에 입수한 사람의 실질구매력은 상대적으로 하락한다는 화폐이론을 주장했다. 20세기의 위대한 경제학자 루트비히 폰 미제스는 그로부터 상당한 영향을 받았다.

캉티용은 루이 15세 때 ‘미시시피 버블’을 일으킨 존 로(프랑스에서 활동한 스코틀랜드 경제학자)와 같은 시기에 프랑스에서 살았다. 당시 프랑스의 경제 문제와 재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영입됐던 존 로는 프랑스의 경제·재정 문제가 통화 부족 때문이라 보고 과감하게 통화량을 늘렸다. 과다한 통화 발행은 버블을 일으켰다가 꺼지면서 프랑스 경제를 파탄에 이르게 했다. 캉티용은 그 과정에서 존 로의 정책에 결함이 있음을 간파하고 적기에 프랑스를 떠나 재산을 보전할 수 있었다. 캉티용의 사례는 개인의 의사결정에서 경제 지식의 중요성을 말해준다.경제가 계속 침체하며 추락하고 있는 우리의 상황 역시 지식의 중요성을 일깨워준다. 경제가 추락하는 이유가 잘못된 지식에 바탕을 둔 정부 정책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게 임금소득자의 임금을 올려주면 소비가 늘어 경제가 성장할 수 있다는 ‘소득주도성장론’이다. 이것은 허구다. 임금을 올리면 기업의 수익이 줄어 사업 규모를 줄이거나 접는 기업이 생긴다. 그러면 경제는 성장하는 게 아니라 후퇴한다. 실업이 증가함은 물론이다.

임금소득자의 소득을 올리고 경제를 성장시킬 유일한 방법은 자본투자의 지속적인 증가에 있다. 국민의 소득 증가와 경제 성장을 위해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기업의 자본투자를 장려하는 정책을 수립하는 것이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이와 정반대 정책을 펴고 있다. 모두 소득주도성장론과 같은 잘못된 지식에 바탕을 둔 것이다.

정부 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올바른 경제지식은 매우 중요하다. 정부 정책은 그것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달라지고, 국민의 삶과 국가의 운명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일반 국민이 올바른 경제지식을 습득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일반 국민이 올바른 경제지식을 습득하면 세상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이해할 수 있게 돼 일상생활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올바른 경제지식을 갖춰야 어떤 정책이 옳은 것인지, 어떤 정책이 잘못된 것인지 판별할 수 있고 책임있는 정치적 결정을 할 수도 있다.사람들이 최저임금 인상이 노동자에게 이롭고, 가격통제가 소비자를 이롭게 하고, 자동화와 기술 발전이 일자리를 줄이고, 복지 확대가 국민을 위하고, 돈을 풀면 불황을 치유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정권을 잡아 그런 정책을 시행하게 된다. 그러나 결과는 의도와 정반대로 나타나 사회에 악영향을 끼친다.

우리를 빈곤에서 벗어나게 하고 부를 가져다주고 생활 수준을 향상시켜주는 것이 올바른 경제지식이다. 그것은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원리다. 재산권을 보호하고, 경쟁을 촉진하며, 화폐가치를 안정시키고, 정부의 개입과 간섭을 줄이는 것이다. 우리는 그런 원리에 따른 경제정책을 실행한 결과 1948년 건국 당시 1인당 국민소득이 100달러도 안 되는 세계 최빈국에서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에 이르는 국가로 성장했다. 그런데도 반(反)자본주의적, 반시장적, 반기업적 정책을 수행하며 정부의 간섭과 개입을 늘린 결과 기업환경이 극도로 악화되면서 경제가 쇠퇴하고 성장 잠재력이 하락하며 경제위기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한국 경제가 겪고 있는 어려움을 극복하고 진정한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지식인, 정치인을 포함해 모든 국민이 시장경제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지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유시장경제를 연구·교육·홍보하는 교육기관이나 싱크탱크가 있어야 한다. 불행히도 우리나라에는 그런 기관이 거의 없다. 자유시장경제에 대해 말은 많이 하면서도 정작 지적으로, 물적으로 투자하려는 사람이 별로 없다. 우리의 위기는 지식의 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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