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측 증인 5·18 조종사들, 헬기 사격 부인

당시 육군 제1항공여단장, 부조종사 등 4명 출석…1995년 검찰 조사 때와 진술 같아
11일 열린 전두환(88) 전 대통령의 사자(死者) 명예훼손 재판에서 전씨 측 증인으로 법정에 선 항공부대 관계자들이 5·18 당시 헬기 사격을 부인했다.이날 광주지법 201호 형사대법정에서 광주지법 형사8단독 장동혁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재판에는 송진원 5·18 당시 육군 제1항공여단장과 506항공대대장 김모 중령, 부조종사 2명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1980년 5월 광주 헬기 투입 작전은 전투교육사령부가 수립했다.

코브라와 500MD 등 공격형 헬기를 운용하는 31항공단과 UH1H 등 수송용 헬기를 주로 운용하는 61항공단으로 구성된 육군 1항공여단 부대원들은 전교사에 배속돼 임무를 수행했다.이들은 전교사 김순현 전투발전부장이 광주천변 위협 사격을 지시했지만 103항공대대장이었던 이모 중령이 시민 위험을 이유로 따르지 않아 철회됐다고 진술했다.

500MD 헬기에 장착된 벌컨포가 발사되면 20mm 구경 탄피가 쏟아지는데 이를 발견한 시민이 없다고도 주장했다.

당시 육군 제1항공여단장이던 송진원 전 준장은 1995년 검찰 조사 때와 마찬가지로 1980년 5월 22일 육군본부 상황실로부터 무장헬기 파견 지시를 받고 103항공대에 무장을 지시했지만 사격을 지시하거나 보고받지 않았다고 진술했다.송 전 준장은 "코브라 벌컨포의 위협 능력을 모르니까 (위협 사격을) 지시했을 것이다.

그 지시는 철회됐다"며 "헬기가 지상 시위를 하려면 추진 각도를 변경해 속도를 낮춰야 한다.

그때 땅땅땅땅 소리가 크게 나는데 일반 시민은 총격으로 오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공격형 헬기를 운용하는 506항공대의 대대장이던 김모 전 중령도 당시 지시에 따라 조종석 뒤에 탄 박스를 싣고 500MD 헬기를 광주에 투입했으나 실제 사격은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506항공대 소속 부조종사 서모씨와 103항공대에서 코브라 헬기를 타고 광주에 투입된 부조종사 구모씨도 각각 탄환을 싣고 광주에 출동했으나 사격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김모 중령을 제외한 3명은 앞서 1995년 검찰 조사에서도 헬기 사격이 없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그러나 31항공단 본부 하사였던 최종호씨는 올해 9월 2일 법정에서 1980년 5월 광주에 출격한 것으로 추정되는 무장 헬기에 탄약을 지급했으며 복귀한 헬기에 탄약 일부가 비었다고 상반된 진술을 했다.전씨는 자신이 펴낸 회고록에서 5·18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를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한 혐의(사자명예훼손)로 불구속기소 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