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동산 비대화 막을 대책, 경제활력 통한 자금 선순환서 찾아야

갈 곳을 잃은 뭉칫돈이 부동산에 몰려 지난해 집값이 11년 새 가장 가파르게 뛰었다. 국내 주택 시가총액(시세 합계)은 1년 새 8.9%(383조원) 늘어난 4709조원으로 사상 최대였다. 최근 5년간 집값 상승률이 연평균 7.0%에 달해 경제성장률(연 3.0%)의 두 배가 넘고, 주식시장(연 4.7%)보다도 훨씬 높았다. 경제는 쪼그라드는데 부동산만 비대해지고 있는 것이다.

시중자금의 부동산 쏠림 현상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서울 집값이 17주 연속 상승 중인데 반해 예금금리는 연 1%대 초반까지 떨어졌고, 대체 투자수단인 주식시장도 지지부진하다. 2년 연속 ‘1%대 성장’을 우려할 만큼 성장률 저하에 따른 자금수요 둔화도 뚜렷하다. 반면 정부의 부동산대책은 시장을 거스르는 분양가 상한제, 고가주택 구입자 세무조사 같은 수준에 머물러 되레 공급 부족을 부채질한다. 특목고 자사고 폐지 등 졸속 정책으로 서울 강남 집값을 더 밀어올리는 ‘나비효과’까지 나타나고 있다.경제혈맥인 돈의 흐름은 그 나라 경제의 건강상태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지금 우리 경제는 자영업과 지역경제가 무너지고, 투자와 소비가 뒷걸음질 치면서 혈관 곳곳이 막힌 동맥경화 환자나 다름없다. 경기부진과 디플레이션 우려로 금리를 인상해 자금 수위를 조절할 수도 없다. 그런데도 정부 정책기조는 경제활력을 살리기는커녕 더 옥죄는 쪽으로 일관하고 있으니 시중자금을 부동산으로 가라고 떠미는 듯하다.

돈이 넘치는 상황에서 집값을 잡겠다고 아무리 엄포를 놓고 규제·단속을 강화해 봐야 소용없다. 부동산 비대화를 막을 방책은 기업과 시장의 활력을 살려 자금흐름을 선순환 구조로 되돌리는 길뿐이다. 기업 활동이 활발해져야 투자와 소비가 살고, 부동산에 쏠린 자금을 생산적인 분야로 돌릴 물꼬를 틀 수 있다. 이런 경제 상식을 정부만 외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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