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모친, 남편 옆에 영면…"수도자 삶 사신 분" 추모 행렬

靑경호팀, 장지 있는 양산 하늘공원 통제…부산 남천성당에서 장례미사 엄수
문재인 대통령의 모친 강한옥 여사에 대한 안장식이 31일 오후 경남 양산 하늘공원에서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치러졌다.청와대 경호팀이 오전부터 하늘공원 입구는 물론 인근 도로까지 엄격히 통제하면서 멀리서나마 맨눈으로 안장식을 확인하는 것조차 어려웠다.

차량 10여대로 이뤄진 운구행렬은 낮 12시 5분께 하늘공원에 도착했다.

하늘공원은 1978년 별세한 문 대통령의 부친이 안장된 곳으로, 고인은 남편 바로 옆자리에 영면한 것으로 확인됐다.묘비는 아직 완성되지 않아 제작이 마무리되는 2∼3일 뒤에나 세워질 예정이다.

문 대통령은 안장식이 진행되는 동안 내내 침통한 표정으로 모친의 마지막 길을 지켜본 것으로 알려졌다.

하늘공원 관계자는 "안장식에서 문 대통령은 고인의 생전 삶에 관해 이야기하고 참석한 분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했다"며 "안장식에는 약 50명이 참석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안장식을 마친 운구행렬은 오후 1시 25분께 하늘공원을 빠져나갔다.

이에 앞서 오전 10시 30분 부산 수영구 남천성당에서 고인을 위한 장례미사가 거행됐다.
청와대는 신자들의 장례미사 참석을 허용하기로 하고 오전 9시께부터 출입 인원 확인에 나섰다.성당 정문에 배치된 청와대 경호원 대여섯명도 성당 관계자들과 함께 '주교좌 남천성당 선교합시다'라고 적힌 옅은 보라색 어깨띠를 둘렀다.

부산교구가 보낸 신부들은 교대로 현장에 나와 "사제가 영성체 때 그리스도의 몸이라고 하실 때 뭐라고 하십니까?"라는 등 퀴즈를 내며 신자 여부를 확인하기도 했다.

신자 확인과 출입 안내는 장례미사가 시작되기 전까지 1시간 30분 가까이 진행됐다.

신자들은 정문 옆으로 줄을 선 상태로 경호원의 안내를 받으며 고인의 마지막 길을 함께 하러 성당 내부로 향했다.

장례미사 시작과 함께 출입이 금지되자 본인이 신자라고 주장하는 한 남성이 고성을 지르며 항의하기도 했다.

손삼석 요셉 천주교 부산교구장이 집전한 장례미사는 문 대통령 내외를 비롯해 아들 준용 씨 등 가족·친지, 천주교 신자 등 1천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오전 10시 25분 시작했다.

정치권 인사 등 주요 인사들도 오전 9시 30분부터 1시간에 걸쳐 차례로 남천성당에 입장, 자리를 함께했다.

문희상 국회의장, 임채정·김원기·정의화·정세균 전 국회의장 등 정치 원로들과 함께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이해찬 대표와 이인영 원내대표, 조정식 정책위의장, 윤호중 사무총장, 이종걸·김영춘 의원, 양정철 민주연구원장 등이 참석했다.

민주평화당 조배숙 원내대표와 대안신당 유성엽 대표, 오거돈 부산시장 등의 모습도 보였다.

청와대에서는 노영민 비서실장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강기정 정무수석 등이 장례미사에 참석했다.
장례미사는 고인이 숨진 지 사흘째 되는 날 고인을 하느님께 맡긴다는 의미로 하는 미사다.

가톨릭 장례절차의 핵심적인 부분으로 고인을 떠나보내는 가장 장엄한 예식이기도 하다.

이날 장례미사는 40분가량 가톨릭 장례미사 절차대로 진행됐다.

장례미사를 본 부산 시민사회 단체 한 관계자는 "대통령께서는 담담하지만 비통한 표정이었다"면서 "그냥 어머니가 아니고 민주화 운동의 동지를 잃은 마음도 느껴졌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입술을 앙다무시고 담담한 신색 유지하시려 하셨는데 이 모습에서 더 안타까웠다"면서 "송기인 신부께서 고 강한옥 여사 삶의 단면을 전해주셨는데 '지혜롭고 유머 감각이 있고 간결하신 분'이라고 말씀하셨다"고 말했다.

그는 "송 신부께서 얼마 전 강 여사님과 통화를 했는데 강 여사님이 스스로 '미스강 입니다'라며 유머를 하셨다고 한다"면서 "장례미사를 많이 참석해 눈물이 말라버렸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마음이 너무 찡하고 눈물이 흘렀다"고 전했다.

60대의 또 다른 참석자도 "화환도 없었고 간소하고 조용하게 온화하게 진행됐다"면서 "강 여사는 세속에서 프란치스코로서 수도자의 삶을 사신 분이다.

결혼하신 수도자로서 수도자의 발자취를 따라 사신 분이다.

많이 애도했고 눈물이 났다"고 밝혔다.
장례미사가 끝난 뒤 문 대통령의 장남 준용 씨가 영정을 들고 앞장서 운구 차량으로 향했다.

그동안 눈물을 참았던 문 대통령은 결국 운구 차량을 보고는 흘러내리는 눈물을 손으로 두 번 닦았다.

운구 행렬은 오전 11시 22분에 출발했고, 장례미사 참석자들은 운구 행렬이 성당을 빠져나갈 수 있도록 정문 인근 계단에 선 채 손을 흔들며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장례미사에 참석하지 못해 성당 정문 주변 보행로와 갓길에 서 있던 신도와 시민들도 한마음으로 고인의 넋을 기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