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시위 격화에 中 정부, 캐리 람 행정장관 내년 3월 교체하기로

‘범죄인 인도법 개정안’(일명 송환법) 반대로 촉발된 홍콩 시위가 갈수록 격화하자 중국 정부가 결국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을 경질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정부가 홍콩 시위 사태가 수그러들지 않으면서 혼란이 극심한 데 대한 책임을 물어 내년 3월 람 장관을 경질하기로 했으며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고 23일 보도했다.중국 정부는 권한대행을 내세워 2022년 6월30일까지인 람 장관의 남은 임기를 채우게 할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3월은 중국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열리는 기간으로 중국 공산당과 정부 등의 주요 인사 교체가 이뤄지는 시기다. 홍콩 정부 수반인 행정장관은 전인대의 비준을 받아 정해진다. FT는 권한대행을 맡을 인사로 노먼 찬 전 홍콩 금융관리국 국장과 헨리 탕 전 재무장관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동안 람 장관의 경질설은 물론 람 자신이 중국 지도부에 사의를 표명했다는 보도가 여러 차례 나왔지만 그에 대한 경질 계획이 구체적으로 전해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람 장관은 홍콩 시위가 격화하면서 이미 여러 차례 사임의사를 밝혔으나 중국 정부가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위의 원인이 된 송환법을 추진한 람 장관을 해임하면 시위대에 밀렸다는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전에도 홍콩 행정장관이 조기 사퇴한 적이 있다. 초대장관을 지낸 둥젠화는 2005년 건강 악화를 이유로 돌연 사퇴했는데 실제론 2003년 추진했던 국가보안법이 반대 시위에 가로막혀 무산되면서 중국 정부로부터 퇴임 압박을 받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둥젠화가 물러난 뒤 당시 그의 수석비서관이었던 도널드 창이 권한대행으로 남은 임기를 채웠고 2007년 행정장관에 재선되기도 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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