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세상] "함께 달리는 행복 아시나요"…2030 사이 '떼런' 인기
입력
수정
"혼자 뛰었다면 평생 몰랐을 거예요.
달리기가 이렇게 즐거운 운동이라는 사실을요. "
지난 11일 오후 7시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에 가벼운 운동복 차림을 한 젊은 남녀 20여명이 모였다.
독서 모임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 '트레바리'가 주최한 달리기 이벤트에 참석한 이들이다.
달리기 모임은 처음이라는 박주현(28·서울 수유동)씨는 "직장생활을 시작하고 난 뒤에 한번도 숨차게 달려본 적이 없을 정도로 운동과는 거리가 멀지만 함께 뛰는 것은 재미있어 보여서 참석했다"고 말했다. 이날 모임에서 5km를 완주한 박씨는 "혼자 뛰었다면 진작에 낙오했겠지만 곁에서 함께 뛰는 이들이 있으니까 포기할 수가 없더라"며 "언젠가는 마라톤도 도전해보고 싶어졌다"고 웃었다.
여럿이 모여 달리는 것을 뜻하는 '떼런'이라는 신조어가 나올 정도로 '함께 달리기'가 젊은층 사이에서 새로운 유행으로 자리 잡고 있다.
도심을 질주하는 '시티런'이나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고 자신이 세운 기록이나 완주한 모습을 찍어 인스타그램 등 SNS에 올리는 이들도 쉽게 찾을 수 있다. 트레바리에서 달리기 이벤트를 담당하는 이해완 매니저는 "지난해 2월부터 모임을 시작했는데 최근 들어 반응이 뜨거워진 것을 체감한다"며 "25명인 정원 마감 속도가 최근 들어 빨라졌다"고 귀띔했다.
함께 뛸 동료를 구하는 모임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한 유명 소모임 앱에는 함께 달릴 사람이라는 의미의 '러닝 크루'를 구하는 공지가 지난 14일 하루에만 200건 이상 올라왔다. '자정에 서울 고궁 달리기', '한강공원 10km 떼런', '강남대로 달리기' 등 다양한 콘셉트를 가진 모임이 눈에 띄었다.
한때 중장년층이 다수를 차지했던 마라톤 대회에도 젊은층의 유입이 늘고 있다.
지난 13일 서울 광장에서 열린 '서울 마라톤 대회' 관계자는 20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참가자 1만여명 중 70% 이상이 20∼30대였다"며 "이전까지는 젊은 층 비중이 참가자 절반을 밑돌았는데 이번 대회부터 확연히 증가했다"고 전했다.
최근 서울 여의도 광장에서 열린 마라톤 대회에 참가한 뒤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인증샷을 올린 정혜윤(29)씨는 "친구들과 함께 완주하고 나서 달리기 사진과 기록 등을 SNS에 올리는 것이 또다른 재미"라고 말했다.
달리기 콘텐츠를 다루는 유튜브 채널도 인기다.
유튜브에서 인기를 끄는 달리기 관련 채널 '런소영'의 운영자 임소영(28)씨는 "100명을 모집하는 달리기 모임 신청이 하루만에 마감될 정도로 젊은층의 반응이 뜨겁다"고 말했다.
임씨는 "준비물은 운동복과 러닝화 등만 챙겨도 충분하고 장소의 구애도 받지 않는 달리기가 가진 '간편'이라는 매력이 젊은층을 끄는 것 같다"며 "핼러윈 마라톤 등 젊은층의 기호에 맞춘 다양한 콘셉트의 대회가 생겨나는 것도 인기 상승의 요인이라 본다"고 설명했다.
한 달리기 모임에서 '페이서'(속도를 정해 무리를 이끄는 역할을 맡은 이)로 활동하는 최형경(29)씨는 '함께 달리기'의 가장 큰 매력을 '경쟁할 필요가 없음'으로 꼽았다.
최씨는 "같이 달리는 이들은 동료이지 경쟁자가 아니다"면서 "누군가를 누르고 승리하기 위해서 달리는 게 아니고, 굳이 경쟁자를 꼽자면 '과거의 나' 정도일 것"이라고 말했다.
굳이 경쟁할 필요 없이 달릴 뿐이라는 점이 경쟁 사회에서 고군분투하는 젊은 층의 마음을 끄는 요인이 됐다는 것. 달리기가 젊은층의 유행으로 떠오르는 게 반갑지만 과욕은 금물이라고 전문가는 조언한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마라톤 금메달리스트인 황영조 국민체육진흥공단 육상단 감독은 "달리기가 배고픈 운동이라는 과거 인식에서 벗어나 젊은층의 유행이 된 현상이 반갑다"면서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운동인건 맞지만 생각 이상으로 부상 위험도 크다"고 말했다. 황 감독은 "처음에는 시간 단축보다 달릴 수 있는 거리를 늘리는 것을 목표로 삼는 게 바람직하다"며 "마라톤 대회에 나가고 싶다면 5km 이하 부문에 먼저 도전해 완주를 목표로 뛰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달리기가 이렇게 즐거운 운동이라는 사실을요. "
지난 11일 오후 7시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에 가벼운 운동복 차림을 한 젊은 남녀 20여명이 모였다.
독서 모임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 '트레바리'가 주최한 달리기 이벤트에 참석한 이들이다.
달리기 모임은 처음이라는 박주현(28·서울 수유동)씨는 "직장생활을 시작하고 난 뒤에 한번도 숨차게 달려본 적이 없을 정도로 운동과는 거리가 멀지만 함께 뛰는 것은 재미있어 보여서 참석했다"고 말했다. 이날 모임에서 5km를 완주한 박씨는 "혼자 뛰었다면 진작에 낙오했겠지만 곁에서 함께 뛰는 이들이 있으니까 포기할 수가 없더라"며 "언젠가는 마라톤도 도전해보고 싶어졌다"고 웃었다.
여럿이 모여 달리는 것을 뜻하는 '떼런'이라는 신조어가 나올 정도로 '함께 달리기'가 젊은층 사이에서 새로운 유행으로 자리 잡고 있다.
도심을 질주하는 '시티런'이나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고 자신이 세운 기록이나 완주한 모습을 찍어 인스타그램 등 SNS에 올리는 이들도 쉽게 찾을 수 있다. 트레바리에서 달리기 이벤트를 담당하는 이해완 매니저는 "지난해 2월부터 모임을 시작했는데 최근 들어 반응이 뜨거워진 것을 체감한다"며 "25명인 정원 마감 속도가 최근 들어 빨라졌다"고 귀띔했다.
함께 뛸 동료를 구하는 모임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한 유명 소모임 앱에는 함께 달릴 사람이라는 의미의 '러닝 크루'를 구하는 공지가 지난 14일 하루에만 200건 이상 올라왔다. '자정에 서울 고궁 달리기', '한강공원 10km 떼런', '강남대로 달리기' 등 다양한 콘셉트를 가진 모임이 눈에 띄었다.
한때 중장년층이 다수를 차지했던 마라톤 대회에도 젊은층의 유입이 늘고 있다.
지난 13일 서울 광장에서 열린 '서울 마라톤 대회' 관계자는 20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참가자 1만여명 중 70% 이상이 20∼30대였다"며 "이전까지는 젊은 층 비중이 참가자 절반을 밑돌았는데 이번 대회부터 확연히 증가했다"고 전했다.
최근 서울 여의도 광장에서 열린 마라톤 대회에 참가한 뒤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인증샷을 올린 정혜윤(29)씨는 "친구들과 함께 완주하고 나서 달리기 사진과 기록 등을 SNS에 올리는 것이 또다른 재미"라고 말했다.
달리기 콘텐츠를 다루는 유튜브 채널도 인기다.
유튜브에서 인기를 끄는 달리기 관련 채널 '런소영'의 운영자 임소영(28)씨는 "100명을 모집하는 달리기 모임 신청이 하루만에 마감될 정도로 젊은층의 반응이 뜨겁다"고 말했다.
임씨는 "준비물은 운동복과 러닝화 등만 챙겨도 충분하고 장소의 구애도 받지 않는 달리기가 가진 '간편'이라는 매력이 젊은층을 끄는 것 같다"며 "핼러윈 마라톤 등 젊은층의 기호에 맞춘 다양한 콘셉트의 대회가 생겨나는 것도 인기 상승의 요인이라 본다"고 설명했다.
한 달리기 모임에서 '페이서'(속도를 정해 무리를 이끄는 역할을 맡은 이)로 활동하는 최형경(29)씨는 '함께 달리기'의 가장 큰 매력을 '경쟁할 필요가 없음'으로 꼽았다.
최씨는 "같이 달리는 이들은 동료이지 경쟁자가 아니다"면서 "누군가를 누르고 승리하기 위해서 달리는 게 아니고, 굳이 경쟁자를 꼽자면 '과거의 나' 정도일 것"이라고 말했다.
굳이 경쟁할 필요 없이 달릴 뿐이라는 점이 경쟁 사회에서 고군분투하는 젊은 층의 마음을 끄는 요인이 됐다는 것. 달리기가 젊은층의 유행으로 떠오르는 게 반갑지만 과욕은 금물이라고 전문가는 조언한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마라톤 금메달리스트인 황영조 국민체육진흥공단 육상단 감독은 "달리기가 배고픈 운동이라는 과거 인식에서 벗어나 젊은층의 유행이 된 현상이 반갑다"면서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운동인건 맞지만 생각 이상으로 부상 위험도 크다"고 말했다. 황 감독은 "처음에는 시간 단축보다 달릴 수 있는 거리를 늘리는 것을 목표로 삼는 게 바람직하다"며 "마라톤 대회에 나가고 싶다면 5km 이하 부문에 먼저 도전해 완주를 목표로 뛰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