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고법 "비자금 조성해도 회사 위해 썼다면 횡령죄 아냐"

회사 대표가 부적절한 거래로 조성한 비자금을 영업활동에 사용했다면 횡령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취지의 판결이 나왔다.

부산고법 형사2부(신동헌 부장판사)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횡령 혐의 등으로 기소된 선박부품업체 대표 A(60) 씨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9일 밝혔다.A 씨는 2006년 2월부터 2012년 7월까지 거래처에 부품 대금을 부풀려 지급한 뒤 일부를 돌려받는 방식으로 총 8억2천137만원의 비자금을 조성해 사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2011년 1월부터 2015년 7월까지 총 10만292회에 거쳐 B 사에서 받은 부품을 C 사에서 받은 것처럼 포장해 판매한 혐의(상표법 위반)도 받았다.

1·2심은 비자금 전액을 개인적 이익을 위해 조성한 것으로 인정해 A 씨 횡령 혐의에 유죄를 선고했다.또 상표법 위반 혐의도 유죄로 판단해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A 씨에게 불법영득의사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불법영득의사란 본인 또는 제삼자의 이익을 위해 자신이 보관하는 타인의 재물을 자기 소유인 것처럼 처분하는 것을 뜻한다.파기환송심 재판부인 부산고법은 "비자금 조성, 보관, 집행이 A 씨 개인 계좌와 분리돼 회사 영업팀과 경리 직원에 의해 이뤄진 점, 비자금 일부는 영업상 필요에 의한 접대비, 현금성 경비 등으로 사용됐을 가능성이 있는 점 등을 보면 A 씨가 법인 운영에 필요한 자금 조달 수단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측면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부산고법은 횡령 혐의는 무죄로 판단하고 상표법 위반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A 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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