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사모펀드, 모험자본 기능 꺾여선 안돼

"법무장관 후보자 펀드투자 논란
기업성장, 일자리창출 기여하는
사모펀드 긍정기능 폄훼말아야"

박영석 < 자본시장연구원장 >
지난 며칠간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 검증과 관련해 국민적 관심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가장 눈길을 끌었던 것 중 하나는 코링크PE가 운용하는 블루코어밸류업1호라는 사모펀드다. 이 펀드에 후보자와 자녀가 출자한 사실과 관련해 불법적 의도가 개입되지 않았는가 하는 의심이다. 아직은 의혹만 무성한 상황이어서 사실관계 확인과 검증은 관련 청문회에서 밝혀지길 기다려야 한다. 그런데도 혹시나 하는 걱정이 앞서는 마음이다. 우리 경제와 자본시장 발전에 많은 긍정적 기능을 하고 있는 사모펀드 제도 전체에 대한 인식이 이번 논란으로 인해 부정적으로 바뀌어선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현행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사모펀드는 청약권유자 수와 투자자 수가 49인 이하인, 즉 사모 방식으로 발행되는 펀드다. 이런 사모펀드는 전문성을 보유한 운용사가 다양한 투자 방식을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이를 펀드 투자자에게 돌려준다. 사모펀드는 기업의 ‘창업-성장-회수’로 이어지는 모험자본 생태계에서 혈맥 역할을 하는 대표적인 민간자본이다. 현재 4차 산업혁명이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세계 각국은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금융은 이 과정에서 혁신을 뒷받침하는 역할을 다해야 한다. 혁신기업의 성장을 지원하고 그 성과를 공유할 수 있는 투자 중심의 ‘민간 모험자본 생태계’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그 핵심이 바로 사모펀드다.사모펀드에 관한 국내외 연구 결과는 사모펀드가 기업의 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한다. 사모펀드의 투자를 통해 기업 체질이 개선되고 매출이 증대되며 이것이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사모펀드의 성장은 그 자체로 운용 인력과 관련 산업 종사자들의 고용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 향후 적극적인 해외 투자 기회의 발굴을 통해 국부를 창출할 수 있는 핵심 수단이기도 하다. 세계를 무대로 종횡무진 활약하는 글로벌 사모펀드가 없었다면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 1조원 이상 벤처)과 같은 고성장 혁신기업들이 존재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한국도 이런 사모펀드가 나타날 수 있는 환경을 지속적으로 조성해 나가야 하는 이유다.

정책 당국은 일찍부터 사모펀드의 중요성을 인식해 1998년 일반사모펀드를 도입한 이래 2004년 해외 자본의 국내 기업 인수에 대응해 사모펀드 제도를 도입했다. 2009년에는 다양한 맞춤형 투자 수단 제공을 위해 한국형 헤지펀드를 도입했다. 2015년과 2019년에는 일련의 사모펀드 규제 개선을 발표하는 등 정권에 관계없이 사모펀드의 건전한 발전을 위한 일관성 있는 정책적 노력을 경주해왔다.

사모펀드가 갖는 이 같은 긍정적 기능에도 불구하고 최근 사모펀드 투자 논란과 관련해 일부에서 사모펀드 자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나타나고 있어 안타깝다. 더불어 최근 해외 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DLF·DLS) 사태는 펀드 판매사인 은행의 영업 행태, 상품 구조의 위험성에 대한 인식 부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 것이지, 사모펀드 자체가 불법적 탐욕의 수단이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요컨대 최근의 사모펀드 관련 논란은 본질적으로 사모펀드 운영 과정에서 부분적으로 나타나는 문제라고 봐야 한다. 이를 부각시켜 사모펀드 자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사모펀드는 부동산 투자에 경도된 한국의 민간자금이 우리 경제의 미래와 일자리 창출을 짊어질 혁신기업, 비상장기업과 같은 생산적 용도에 공급되고 투자자는 그 과실을 다 같이 향유하는 소중한 모험자본이다. 지난 수년간의 규제완화 노력으로 사모펀드는 이제 막 꽃을 피우려 한다. 이런 시점에 관련 시장이 위축되는 것은 한국 경제를 위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교각살우의 우를 범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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