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에 밀려…'디스플레이 산업의 원조' 日 몰락

“디스플레이 시장을 처음 일군 일본이지만 더 이상 세계 시장에서 싸울 업체가 없다.”

지난 4월 일본 최대 LCD(액정표시장치) 제조업체인 재팬디스플레이(JDI)가 대만 자본에 넘어갔을 때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렇게 보도했다. JDI는 2012년 일본 정부 주도로 디스플레이산업 수성을 위해 출범한 회사다. 민관펀드인 산업혁신기구(INCJ)가 2000억엔(약 2조405억원)을 내놓고 소니 도시바 히타치 등 3개사가 관련 사업부문을 떼어내 세웠다. 하지만 2017년부터 대규모 영업적자를 내며 이 회사는 올 4월 대만 전자부품업체들로 구성된 컨소시엄에 팔렸다. JDI는 지분 약 50%를 넘기면서 800억엔(약 8160억원)의 자금을 수혈받았다. 1970년대 샤프 등이 계산기용 LCD 생산에 성공하면서 일본 디스플레이산업은 급성장했다. 1998년에는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80%대 점유율을 자랑했다. 하지만 한국 LG디스플레이, 대만 AOU 등이 대규모 투자를 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일본 업체들의 LCD 시장 점유율은 2006년 16%까지 떨어졌다. 2016년에는 샤프가 대만 폭스콘(훙하이그룹)에 팔렸다. JDI도 대만 자본에 넘어가면서 일본 업체 중에선 교세라와 파나소닉의 소규모 생산라인만 남게 됐다.중국의 추격을 인지하고 빠르게 프리미엄 제품인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로 전환한 한국과 달리 일본 기업들은 OLED 시장의 가능성을 과소평가하다가 기술 주도권도 뺏겼다는 분석이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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