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혁명' 진압한 강경파 경찰 복귀로 홍콩 사태 격화"

앨런 로 재기용 후 게릴라·프락치 전술까지 동원해 시위대 체포
WSJ "홍콩 당국, 정치적 해결 노력 없이 경찰력에만 기대"
2014년 홍콩 우산혁명 당시 강제진압을 주도했던 경찰 '2인자'가 복귀한 이래 '범죄인 인도 법안' 반대 시위에 대한 대응 수위가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3일(현지시간) 진단했다.WSJ은 홍콩 정부가 전직 경무부처장 앨런 로(劉業成)를 지난 9일 6개월 시한의 임시 직책인 '특별직무부처장'으로 임명한 이후 시위진압의 폭력성이 크게 증대됐다고 보도했다.

작년 11월 정년을 맞아 퇴직 휴가를 떠나 있었던 앨런 로는 홍콩 경찰 내 대표적 강경파다.

2014년 민주적 선거를 요구하는 시위였던 우산혁명을 강제해산하고 1천여명을 체포했던 그가 재기용된 이후 홍콩 경찰은 주요 시설물을 지키면서 수동적으로 대응하는 대신 시위 참가자를 적극적으로 체포하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했다.홍콩 경찰은 경력을 기습적으로 집결시켜 시위 장소를 타격하는 등 게릴라 시위를 벌이는 시위대에 같은 전술로 맞서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이 과정에서 시위대와 같은 검은 옷과 노란색 안전모 차림의 경찰관이 투입된 정황도 파악됐다.

소셜미디어에는 이런 복장의 남성들이 시위대에 섞여 있다가 경찰의 체포 작전을 돕는 모습이 찍힌 동영상이 확산하고 있다.
경찰 당국자는 이들이 사복 경찰관인지는 밝히지 않았지만, 시위대에 경찰을 잠입시키는 '미끼 작전'(decoy operation)을 진행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지난 11일에는 콰이퐁, 타이쿠 등 여러 전철역 내부에서 경찰이 시위대에 최루탄을 쏘고 곤봉을 휘둘러 부상자가 속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위대가 화염병을 동원하는 등 더욱 공격적 전술로 맞대응하면서 경찰의 강경 진압은 홍콩 사태를 더욱 격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한 것으로 보인다.11일 송환법 반대 시위 현장에서 경찰이 쏜 빈백건(bean bag gun·알갱이가 든 주머니탄)에 맞은 여성이 눈에서 피를 흘리며 쓰러진 모습이 찍힌 동영상이 공개되자, 분노한 시민들이 홍콩 국제공항을 점거해 이틀간 항공기 수백 편의 결항 또는 지연 사태를 일으키기도 했다.

하지만 홍콩 당국은 현재 정치적 해결을 위한 노력을 거의 하지 않고 있으며, 경찰이 상황을 통제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WSJ은 지적했다.

홍콩 행정수반인 캐리 람(林鄭月娥) 행정장관은 13일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과연 우리의 모든 것을 멸망으로 이끌 심연에 밀어 넣을 수 있는가"라면서 시위대를 맹비난하고 강경 진압 논란에 휩싸인 경찰을 지지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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