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블리 "상품 구입부터 포장·배송·고객 응대까지 多 해드립니다"

이렇게 도전했다
고객의 아이디어를 사라

1인 쇼핑몰 사장님들의
고민 해결사 에이블리
올해 초 고등학교를 졸업한 A씨(19)는 ‘억대 쇼핑몰 사장’이다. 그가 하는 일은 단순하다. 또래들이 좋아할 만한 옷을 분석하고 인터넷에서 적절한 상품 사진을 고르는 것 정도다. 그런데도 월매출이 6억원에 이른다. 1인 상거래 플랫폼 ‘에이블리’가 있어서 가능한 일이다.

아이디어만 내면 나머지는 ‘척척’“상품을 사러 꼭 동대문에 가야 하나요?” “고객 불만 전화를 누가 대신 받아줬으면 좋겠어요.” 온라인에서 장사하는 사업자들에게 자주 들을 수 있는 얘기다. 상품을 떼와 포장하고, 배송하는 과정이 만만치 않다는 게 푸념의 골자다. 고객의 항의 전화를 응대하는 것도 일이다. 말이 통하지 않는 손님을 만나면 한두 시간이 그냥 날아간다.
강석훈 에이블리 대표(35·사진)도 쇼핑몰 사장 출신이다. 2015년 1020 여성을 겨냥한 쇼핑몰 ‘반할라’를 운영하며 온라인몰 사업자의 애환을 경험했다. 그는 “잡일을 누군가 대신 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며 “창발적인 아이디어만 내주면 실무는 플랫폼이 대행하는 에이블리의 사업 모델이 탄생한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때마침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통해 우후죽순 1인 쇼핑몰이 생겨났다. 대부분이 처음 장사하는 아마추어 쇼핑몰이었다. 운영을 버거워하는 1인 사업자가 적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쇼핑몰 운영 대행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에이블리가 제공하는 서비스는 사업자의 성격에 따라 두 종류로 나뉜다. 사업자가 아마추어라면 ‘파트너스’ 서비스를 권하고 있다. 에이블리가 상품 조달부터 포장, 배송, 고객 대응까지 모든 과정을 대행하는 게 골자다. 사진 촬영과 같은 부가 업무도 에이블리가 지원한다. 사업자의 역할은 아이디어를 내는 것뿐이다. 사업자의 역할이 많지 않은 만큼 수수료가 비싸다. 전체 매출의 90%를 에이블리가 가져간다.

파트너스를 통해 ‘대박’을 낸 사례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크림치즈마켓’이란 브랜드로 매달 5000만~6000만원의 수익을 가져가는 A씨를 비롯해 월 수익이 1000만원 넘는 사업자가 수두룩하다.

강 대표는 “사업자들이 쇼핑몰 실무에 대한 고민 없이 창의적인 상품을 찾는 데 집중하게 하는 게 비즈니스 모델의 핵심”이라며 “에이블리가 고객들의 창발적인 아이디어를 사온다고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경력이 있는 사업자들은 ‘셀러스’라고 불리는 월정액 서비스를 이용한다. 가입비와 수수료 없이 월 회비 5만3900원만 내면 된다. 회비는 트래픽 비용이다. 한 달에 110만 명이 이용하는 플랫폼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 비용만 사업자에게 부담시킨다는 설명이다. 강 대표는 “셀러스 사업자가 많아지면 에이블리의 상품 구색이 다양해진다”며 “쇼핑몰 브랜드에 보탬이 된다”고 했다.

사업 1년 만에 70억원 투자 유치

1인 쇼핑몰 고민 해결사라는 콘셉트로 시작한 에이블리는 2018년 3월 사업을 시작하자마자 시장의 관심을 끌었다. 사업한 지 1년4개월 만에 400만 건의 앱(응용프로그램) 다운로드를 기록했고, 이달 기준 월간 거래액 80억원을 바라보고 있다. 등록 판매자는 파트너스와 셀러스를 포함해 2600명에 이른다.지난달에는 70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LB인베스트먼트, 코오롱인베스트먼트 등이 참여했다. 강 대표는 “1인 쇼핑몰 시장이 앞으로 더 큰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는 데 투자사들이 공감했다”고 설명했다.

반할라 운영 당시 25명이던 직원은 69명이 됐다. 그마저도 부족해 신규 채용을 진행 중이다. 강 대표가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개발자다. 그는 “유튜브처럼 재미있게 이용할 수 있는 앱이 궁극적인 목표”라며 “향후 적용하려고 하는 기능이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내년엔 동남아시아 시장 진출도 계획하고 있다. 한국 패션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점에 착안했다는 설명이다. 한국과 시장 상황이 다른 만큼 사업 모델에도 변화를 줄 계획이다.

윤희은 기자/한경제 인턴기자 so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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