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확인 분식 의혹에 신뢰도 추락"

땅에 떨어진 글로벌 위상
“삼성 분식회계 의혹에 대한 수사가 재벌 승계 문제로 확장되고 있다.”

지난 5월 16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에 이 같은 기사가 나가고 난 뒤 삼성전자 IR팀에는 “앞으로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에 문제는 없느냐”는 해외 투자자들의 문의가 쏟아졌다. 이 기사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인천 송도 공장 바닥을 뜯어보니 증거물인 서버와 노트북이 발견됐다”는 검찰의 수사 발표 내용까지 상세하게 묘사돼 있었다. 이후 정현호 삼성전자 사업지원TF 사장이 소환 조사를 받고,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시장의 불안감은 더욱 커졌다. 해외 투자자들은 “이 부회장 소환 조사도 조만간 이뤄질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는데 사실이냐”고 문의한 것으로 알려졌다.해외 투자은행(IB)과 시장조사업체들도 삼성에 대한 검찰 수사로 삼성그룹 계열사들의 불확실성이 커질 것이라는 보고서를 잇따라 내놨다. 유럽계 증권사인 CLSA는 5월 말 보고서를 통해 “현 정부가 한국에 대규모 투자를 결정한 삼성그룹에 관대할 것으로 보는 것은 2020년 총선을 앞둔 정치 상황을 고려할 때 순진한 생각”이라고 분석했다. 삼성그룹이 한국 정치 상황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수 있으니 투자에 유의하라는 의미다.

분식회계 수사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신뢰도에도 악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바이오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과 유럽 제약사들은 기업 간 거래에서 위법이나 도덕성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엄격히 적용하고 있다”며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평판에 상처가 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핫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