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적 동지도 갈라놓은 '반유대주의' 역사

1918
1921년 6월, 저명한 음악가인 아널드 쇤베르크는 오스트리아의 작은 마을 마트제로 여름 휴양을 갔다. 기독교로 전향해 유대인의 정체성을 거의 버리고 살던 그는 이곳에서 충격적인 경험을 한다. 마을 사람들은 쇤베르크 가족이 당장 떠나도록 위협적인 벽보를 내건다. ‘우리의 아름다운 마을 마트제는 유대인으로 인한 불미스러운 결과들을 방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리아계 독일인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1차 세계대전(1914~1918) 이후 유럽 사회에 만연한 반유대주의는 예술적 동지이자 절친인 쇤베르크와 미술가 바실리 칸딘스키를 갈라놨다. 유대인을 ‘사탄에 사로잡힌 민족’이라고 언급한 칸딘스키를 향해 쇤베르크는 일갈한다. “반유대주의가 폭력적인 행위 말고 어디로 이어질 것 같소? 당신은 유대인의 권리를 박탈하면 속이 시원하겠지. 그렇다면 아인슈타인도, 말러도, 나도, 그 외 다른 많은 사람도 싹을 잘라 버려야 할 거요.”《1918》은 1차 세계대전 종전을 전후해 역사의 중심부 또는 주변부에서 혼돈의 세월을 살아낸 25명의 삶을 좇는다. 저자인 다니엘 쇤플루크 베를린자유대 역사학과 교수는 베를린, 런던, 모스크바, 콘스탄티노플, 시리아, 인도 등 세계를 무대로 정치가, 군인, 예술가, 혁명가, 언론인 등 이 시대를 대표하는 인물들을 차례차례 불러낸다. 쇤베르크도 그중 한 명이다. 1920년대 12음기법과 무조음악을 정립해 현대음악의 혁명을 일으킨 쇤베르크는 노골화하는 반유대주의를 피해 1933년 독일을 떠난다. 파리에서 유대교로 다시 개종한 뒤 미국으로 피신한다.

저자는 새로운 이념과 희망, 꿈이 극단적으로 충돌하는 시기에 자신의 운명을 열어나가려고 분투한 이들의 삶을 빠르게 교차하며 보여주는 영화적 구성으로 100년 전 파란과 격동의 시대상을 세밀하고 입체적으로 살려냈다. 각계각층의 굴곡진 삶들이 주는 감동을 시대의 교훈과 함께 담아낸 독특한 역사서다. (유영미 옮김, 열린책들, 344쪽, 1만8000원)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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