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포럼] 상업주의에 물들어가는 상담사 자격증

단 몇 주 온라인 강의로 양산되는 상담사
한 사람의 인생과 미래 맡겨도 될지 의문
높은 수준의 교육·시험과 경험 요구해야

김진세 < 고려제일정신건강의학과 원장 >
누구나 고민거리는 있다. 일란성 쌍둥이가 드문 것처럼 모두 다른 고민일 것이다. 그저 소주 한잔에 신세타령을 하고, 친구의 우정 어린 위로와 조언으로 해결되는 고민도 있다. 그러나 일상생활에 해를 줄 정도거나, 어떤 위로와 조언으로도 떨쳐낼 수 없는 고민거리도 있다. 이런 경우라면 흔히 상담을 받길 원한다.

그런데 상담이란 무엇인가? 너무 많은 상담 때문에 헷갈린다. 홈쇼핑 채널에서는 “지금 즉시 상담만 신청하셔도 경품을 드립니다”고 한다. 은행에서 적금을 들려고 해도 우선 ‘가입상담’을 받아보라 한다. 최근 신문과 방송에서는 친절하게도 ‘연애상담’을 해준다. 만약 당신이 어떤 것을 사야 할까, 내 취향에는 맞을까, 어떻게 하면 목돈을 쉽게 만들까 하는 고민에 빠진 사람이라면 아주 유익한 상담이 될 수도 있다. 물론 상담 끝에 ‘호갱님’이 돼서 화가 치밀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인생이 바뀌지는 않는다. 해박한 지식과 엄청난 경험으로 무장한 ‘연애상담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로 재미있다. 물론 소위 ‘연박(연애박사)’이라고 불리는 사람 중에는 경험이 일천한 사람이 적지 않다는 세간의 시선이 함정이라면 함정이지만 말이다.그렇다면 ‘정신과 상담치료’란 무엇일까? 우선 심리상담과는 같으면서도 달라서 헷갈리기 쉽다. 두 영역의 전문가들은 서로 협력을 통해 팀으로서 환자 또는 내담자가 고통에서 벗어나도록 돕기 때문에 교집합이 많다. 굳이 따지자면 정신과 상담치료는 환자를 질병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는 다양한 치료 방법 중 하나로 상담을 사용한다는 게 특징이다. 심각한 우울증으로 자살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면 상담은 더욱 지적이어야 하고 동시에 약물요법과 같은 강력한 치료가 필요하다. 물론 환자의 상태가 심각하지 않다면 역동적이거나 분석적인 상담치료가 효과적일 것이다.

이에 비해 심리상담은 중한 질병이 아닌 바람직하지 않은 상태에서 벗어나게 돕는 역할을 한다. 청소년을 둔 부모가 아이 때문에 걱정이 많고 힘들다면 가족을 중심으로 한 심리상담이 도움이 된다. 부부가 서로 성격이 안 맞아 다툼이 잦다면 부부상담이 솔루션이 될 수 있다. 정신과 전문의와 심리상담사, 이 두 분야는 커다란 책임과 의무가 따른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그러기 위해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아야 하고, 그 교육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엄격한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권위있는 선배의 지도감독 아래 충분한 경험을 쌓아야 한다. 짧게는 6년, 길게는 10년 이상의 교육과 수련이 필수불가결하다. 상담 결과가 한 사람의 인생을 좌지우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 학회와 정부의 개입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이유다.

문제는 최근 상담계에 몰아닥친 무책임한 상업주의적 세태가 걱정이다. 하루 자고 나면 하나씩 새로운 상담자격이 늘어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노인심리상담사, 다문화심리상담사, 학교폭력상담사, 분노조절상담사 등 끝도 없다. 심지어 타로상담사란 것도 있단다. 상담사 또는 상담의 종류 및 형태가 다양화하는 것이 나쁘지는 않다. 세부 전문가가 생긴다면 사회의 정신적인 건강에 당연히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인터넷을 뒤져보면 말도 안 되는 일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다. 단 몇 주 동안의 온라인 강의를 듣고 온라인 시험을 치르면 정부에서 인정하는 상담사 자격증을 준다고 한다. 과연 가능한 일일까? 몇 주 만에 물건을 파는 상담사가 될 수는 있겠지만, 과연 한 인간의 인생과 미래를 책임질 수 있는 자격을 줘도 괜찮은 걸까?

반드시 정신과 의사나 심리상담사만 인간의 마음을 다룰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전문가로 공인된 사람 모두가 건강한 인성과 정확한 지식을 갖추고 있다고 우기는 것도 아니다. 다만 한 인간이 다른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 것에는 막중한 책임, 그리고 지켜야 할 의무가 산더미 같다는 얘기다. 상담사에게는 자격이 필요하다. 그것도 아주 엄격한 자격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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