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정밀 웨지샷 어프로치요?…1m단위 거리조절 연습 필수죠"

한·미·일 3국 투어 챔프 김영의 달콤한 골프
(19) 내 손처럼 다루는 웨지 (중) 기본스윙의 힘
‘가슴판(사진① 빨간 점선)’을 회전시켜 스윙해야 손목과 팔을 쓰는 불상사가 확 줄어든다. 잘 된 임팩트(사진②)는 잘 된 ‘핸드 퍼스트(그립을 잡은 손이 공보다 타깃 방향에 가까운 셋업)’ 어드레스와 모양이 비슷하다. 핸드퍼스트가 안 되면 뒤땅 임팩트(사진③)가 잘 난다. 폴로스루도 아이언샷처럼 클럽 헤드가 관성의 힘으로 손과 팔을 끌고가듯 하는 게 좋다(사진 ④). 손목을 써 폴로스루를 하면(사진⑤) 방향과 거리가 흔들린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그린 근처까지 다 와서 웨지 어프로치 토핑 실수가 났는데, 다음 홀에서는 또 뒤땅이 났어요. 아! 정말 죽고 싶더라고요.”

요즘 주말골퍼들에게 자주 듣는 하소연입니다. 80~90대 타수를 치면서도 여전히 ‘웨지와의 전쟁’ 중인 사람도 꽤 많습니다. “연습과 자신감이 부족해서 그래요!”라는 말이 입안에서 맴돌았지만 힘들어하는 분에게 해법은커녕 타박만 하는 게 좀 머뭇거려져 이렇게 말했습니다.“타이거 우즈도 그린 근처 러프에서 뒤땅 치고 헛스윙도 해요. 여유를 갖고 자신감있게 임팩트를 만들어주는 걸 더 신경써 보세요.”

짧은 웨지 어프로치에서 폴로스루 없이 찍어버리고 만다거나, 다운스윙하다가 멈칫(골프 다운스윙에 감속은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한다거나 하는 게 모두 멘탈의 문제라는 얘기였죠.

‘미니 아이언샷’이란 개념부터웨지샷, 특히 30m 안팎의 짧은 어프로치에서 실수가 많이 나오는 이유 중 하나가 아이언샷 메커니즘을 그대로 적용하지 않고 ‘웨지샷’에만 쓰는 별도의 메커니즘을 쓴다는 겁니다. 클럽 페이스를 열거나 닫아서 어드레스를 하는 분이 정말 많죠. 왼발과 왼쪽 몸통을 열라고 하니까 너무 많이 열어서 아예 왼쪽으로 돌아선 듯한 경우도 많아요. 타깃 방향이 12시라면 몸은 10시, 어깨는 2시 방향으로 엇갈리게 서는 분도 꽤 많습니다. ‘생크(shank)’를 부르는 문제적 셋업인데도 말이죠.

거두절미하고 웨지도 아이언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짚고 넘어갈까 합니다. 셋업이나 스윙 형태가 아이언과 다르지 않다는 겁니다. 5m짜리 샷을 하더라도 하나의 완결된 스윙, 즉 테이크백-백스윙톱-다운스윙-임팩트-폴로스루-피니시가 그 짧은 구간에 다 존재하고, 스윙 궤도도 아이언처럼 인-아웃-인으로 만들어집니다. 한마디로 ‘그냥 짧은 아이언으로 짧은 스윙’을 한다는 거죠. 다만 부드럽고 섬세하게 치기 위해 발 간격을 좁히고, 허리와 무릎을 좀 더 굽히며, 클럽을 몸에 가깝게 붙여 잡는다는 게 다를 뿐입니다.

‘가슴판’을 활용해 스윙을웨지 어프로치를 ‘사고’ 없이 일관되게 치는 첫 번째 방법은 ‘가슴판으로 스윙을 해라’입니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듯하지 않나요? 아이언 잘 치는 법을 말할 때 “겨드랑이 붙이고 손과 팔꿈치, 어깨가 삼각형을 이루도록 셋업해야 한다”고들 하죠. 같은 맥락입니다. 이렇게 세트로 움직이지 않고 어깨, 팔, 손 등 ‘단품’으로만 움직여 스윙을 하면 십중팔구 뒤땅, 토핑이 납니다. 거리가 들쭉날쭉한 것은 물론이고요.

두 번째 오른손은 가급적 쓰지 말라는 겁니다. 양발 간격을 좁히는 것도 회전축을 하나로 해서 변수를 줄이자는 건데, 같은 취지입니다. 주인공인 왼팔이 ‘가슴판에 매달린 시계추’라는 이미지를 생각하면 좋을 듯합니다. 아마추어는 대다수가 어딘가에 매달려 있는 느낌이 아니라 몸통에서 분리돼 팔과 손만 제멋대로 노는 듯한 느낌의 웨지샷 스윙을 많이 하곤 합니다. 구력이 오래됐으면서도 웨지샷 일관성이 부족한 사람이 많은 이유입니다.

세 번째는 짧은 웨지 스윙을 할 때 무릎과 발목이 가슴판의 회전과 함께 타깃 쪽으로 유연하게 조금씩 회전하는 느낌이 나야 한다는 점입니다. 이렇게 해야 스윙 궤도가 자연스러운 곡선(인-아웃-인)이 되기 때문이죠. 웨지샷에 반드시 필요한 몸 전체의 리듬감을 살리는 비결입니다.연습 부족할수록 팔과 손 많이 써

아버지가 초등학생이던 저에게 어느 날 이런 말씀을 한 적이 있습니다. “외국 프로들은 1m 단위로 거리 조절을 한다더라. 너도 그렇게 해야 한다.” 제가 이렇게 말했죠. “거짓말! 5m도 하기 힘든데요?”

색종이를 1m 단위로 붙이고 그곳에 공을 떨구는 연습을 시작할 때까지만 해도 “이게 될까”라는 의구심이 떠나질 않았습니다. 그런데 웬걸! 하루 4시간 정도 연습한 지 두어 달쯤 되자 눈 감고도 칠 수 있을 정도로 몸에 1m 단위의 ‘거리 기억’이 생겼죠. 혹독한 겨울을 견딘 나무에 나이테가 촘촘히 생기듯 말입니다. 목표가 달라져야 다른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교훈도 어렴풋이 깨달았던 경험이 됐습니다.꼭 기억하세요. 웨지샷 어프로치도 짧은 아이언샷과 메커니즘이 같다는 것, 그리고 연습만이 불안을 밀어내고 자신감을 채우는 유일한 기술이라는 걸요.

김영 < 골프인스트럭터·방송해설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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