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전쟁에 中 중소기업 '죽을 맛'…베트남 경제특구는 '호황'

화웨이 제재 등에 중국 내 부품업체 큰 타격…"생존 위협 상황"
베트남 공단은 中 기업들 잇따른 생산기지 이전으로 호황 누려
미국과의 무역전쟁으로 중국 내 중소기업은 큰 타격을 받고 있지만, 베트남 내 경제특구는 중국 기업의 잇따른 이전으로 호황을 맞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3일 보도했다.SCMP에 따르면 미국 정부의 화웨이 제재 후 구글, 퀄컴, 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 기업들이 잇달아 화웨이에 대한 제품이나 서비스 공급을 중단하기로 하면서 이제 그 불똥은 중국 내 화웨이 부품업체 등으로 튀고 있다.

대기업인 화웨이는 1년 치 부품을 미리 사놓았다는 언론 보도가 나올 정도로 무역전쟁에 대비한 데다 탄탄한 자금력과 고객 기반을 갖춰 미국 정부의 제재에도 당장은 큰 타격을 받지 않으리라고 전망된다.

하지만 화웨이에 부품을 공급하거나 미국으로 IT 부품을 수출하는 중소기업 등의 사정은 확연히 다르다.대기업보다 자금력이 훨씬 약한 데다 현금흐름도 원활하지 못해 제품 주문이 줄어들거나 끊길 경우 수개월 내 파산이나 조업 중단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무역전쟁의 장기화에 버틸 재간이 없다는 얘기다.

화웨이에 무선 충전기 등을 공급하는 중국 상하이 제조업체의 한 임원은 "미국 정부의 제재가 우리에게 영향을 미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며 "미국이 중국 기업에 대한 제재를 확대한다면 우리는 더는 생존하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화웨이 측에 따르면 미국 정부의 제재로 영향을 받는 화웨이 협력업체는 1천200여 곳에 달한다.

구글이 이미 판매된 스마트폰에 대해서는 서비스 공급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최근 화웨이의 최신 'P30' 스마트폰을 산 일부 중국 소비자들은 서비스 중단을 우려해 온라인에서 이를 헐값에 팔아치우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으로 충전기와 어댑터를 수출하는 한 중국 제조업체 관계자는 "무역전쟁이 격화하면서 우리가 받는 주문량이 수직 낙하하고 있다"며 "한두 달 더 지난다면 일감 자체가 모두 바닥날 수 있다"고 걱정했다.중국 내 중소기업들이 이처럼 생존을 걱정할 정도의 처지에 내몰렸지만, 베트남 내 경제특구는 미중 무역전쟁의 반사이익을 톡톡히 누리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로는 중국 선전(深천<土+川>)시가 베트남 북동부 하이퐁 지역에서 운영하는 중·베트남 경제무역협력구를 들 수 있다.

중국 선전시 정부가 100% 지분을 소유한 이 경제특구는 지난해 초까지 입주한 중국 기업이 5곳에 불과할 정도로 활성화되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해 중순 미·중 무역전쟁이 발발한 후 전자부품·기기 제조업체를 중심으로 이곳으로 이전한 중국 기업은 무려 16곳에 달한다.

이곳에 공장에 세우기를 원하는 중국 기업의 수도 지난해 7월 무역전쟁 개시 전보다 8배로 늘어났다.

지난해 말 ㎡당 75∼80달러였던 경제특구 내 토지 가격은 불과 수개월 새에 ㎡당 90달러 이상으로 뛰어올랐다.

경제특구 측은 현재 1천500명가량인 공단 내 입주 기업의 고용 인력을 2022년까지 3만 명으로 늘린다는 야심 찬 계획을 세워놓았다.

세계 최대 소비자용 와이파이 네트워킹 기기 제조업체인 'TP-링크'는 올해 7월부터 이곳에서 공장을 가동할 예정이며, 향후 생산라인 확장을 위해 14만㎡에 달하는 토지를 매입해 놓았다.

베트남 정부에 따르면 올해 들어 5월까지 외국인 투자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9.1% 급증한 167억 달러에 달한다.SCMP는 "중국 기업들이 베트남이나 인도 등으로 생산기지를 이전하는 것은 비용 절감 측면도 있지만, 미국 정부의 화웨이 제재 등 무역전쟁으로 인한 지정학적 위험에 대해 우려도 크게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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