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포럼] 막말의 심리: 말하는 자와 열광하는 자

정치인에게 필요한 건 지지자들의 '열광'
대중의 '더닝 크루거 효과'도 막말 부추겨
분열 조장하는 해악에 현명히 대처해야

곽금주 < 서울대 교수·심리학 >
정치인의 막말은 끊임없다. 예나 지금이나 여전하다. 최근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인들이 쏟아내는 원색적이고 강도 높은 발언을 듣고 있노라면 피로감까지 느껴진다. 이는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특정 집단을 향한 비하 발언 등을 남발하고 있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의 취임 후 연설이나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의 발언 또한 이슈가 되기도 했다. 동유럽의 트럼프로 불리는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의 사례도 있다.

정치인의 막말이 끊이지 않는 것은 막말이 가져오는 정치적 효과 때문일 것이다. 막말을 함으로써 정치인들은 언론에서 재조명받고 자신의 존재를 더욱 부각할 수 있다. 대중의 기억에서 멀어지는 것이 두려운 정치인의 속성 때문이기도 하고,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려는 과시 욕구의 작동이기도 하다. 막말을 하면서 상대 진영을 비난할 때는 다른 사람은 주저하며 하지 못하는 말도 자신은 할 수 있다는 일종의 영웅주의 심리가 부정적으로 발현되기도 한다. 정의감 때문이라는 자기 합리화나 자기 정당화가 강화되는 것은 물론이다.무엇보다 욕이나 막말과 같은 원시적인 용어로 인해 지지자들에게는 감정적인 카타르시스가 일어난다. 이런 감정 동요는 유대감을 더욱 강하게 만든다. 결국 막말이 건드리는 인간의 감정적 동조로 인해 구성원의 소속감은 더욱 커진다. 막말 이후 지지층이 더 결속되는 것이다. 반대편의 거센 저항도 있긴 하지만 소속 집단의 열광적 지지를 얻을 수 있다. 정치인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열광이다. 이런 지지자들이 되레 정치인의 막말을 부추기는 측면도 있다.

인간은 대부분 자신의 능력을 평가하는 일에 완벽하지 못하다. 그래서 자신이 평균적으로 다른 사람들보다 더 나을 거라고 막연히 생각하는 ‘평균 이상 효과(above-average effect)’가 종종 나타난다. 이런 현상은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에게서 더욱 두드러진다. 유능하지 않은 사람이 자신을 유능하다고 판단하고, 진짜 유능한 사람은 자신을 유능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무능한 사람은 자신의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판단하는 것 자체가 어렵기에 자신의 무능함을 깨닫지 못한다. 이를 ‘더닝 크루거 효과’라고 한다. 이런 주장을 한 연구자인 미국 코넬대의 데이비드 더닝과 저스틴 크루거의 이름을 딴 개념이다. 이를 ‘무지에 대한 무지(unknown unknowns)’라고 부르기도 한다. 무능력하기 때문에 오히려 자신의 기술과 능력을 과대평가한다는 것이다. 자신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수행 또한 제대로 평가하고 비교하지 못하는 데서 비롯된 자신감이라고 할 수 있다.최근 한 정치 심리학자의 연구에 의하면 이렇게 자신의 유능함이나 지식에 대한 과도한 자신감은 정치적 정보를 접하거나 판단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 정치적 지식에 관한 자기 평가와 동료 평가에서 더닝 크루거 효과가 일어나는 것이다. 즉, 자신의 정치적 지식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사람이 오히려 자신의 정치적 지식에 대해 과도한 자신감을 갖는다. 자신이 더 정확한 정보를 알고 있다는 ‘과대 정확성(over-precision)’에 빠진다. 그러다 보니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인의 원색적 발언은 솔직하고 정확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반대 정당의 반박은 정확하지 않다는 믿음으로 이어진다. 정치와 관련해 스스로 무지하다는 것을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고 도리어 자신이 더 잘 안다는 믿음만을 확고히 한다. 그러니 정치적 극단주의로 인한 투쟁적인 사회가 만들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지지자들의 환호와 열광에 정치인들은 더욱 더 강한 막말을 쏟아내는 악순환이 일어난다.

대중의 우매함이 결국 부메랑이 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옳든 그르든 막말이나 모욕적 언사는 삼가야 한다. 우리 사회의 당면 문제인 이분법적 사고를 강화하고 사회분열을 조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막말을 대하는 국민도 마찬가지다. 모두 강도를 더해가는 정치인의 막말에 조금 더 현명하게 대처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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