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중 무역전쟁 '불퇴전'…주변에 "물러설 의사 전혀없다"

WP보도 "2020년 재선 승리에 도움될 것으로 생각"
커들로 NEC위원장의 '美 기업·소비자도 부담' 발언에 짜증나 전화
미중간 무역 전쟁이 '시계 제로'의 상황에 빠져든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일단 '불퇴전'의 각오를 다지는 모양새이다.트럼프 대통령은 참모들 및 가까운 주변 인사들에게 "점점 고조되는 중국과의 무역 전쟁에서 물러설 의사가 전혀 없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베이징과의 '정면충돌'이 그의 정치적 지지층으로부터 인기를 얻고 있으며, 당장의 경제적 고통에도 불구하고 2020년 재선 승리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행정부 당국자들 및 외곽의 조언그룹 인사들도 트럼프 대통령이 이른 시일 내 의미 있는 입장 변화를 할 것으로 기대하지 않고 있다고 WP는 전했다.국제 금융시장의 동요와 여권 내 불만을 감수하고서라도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결전을 불사하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는 게 이들의 전언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입장은 중국을 '경제적 악당'으로 간주해온 그의 뿌리 깊은 인식에 터 잡고 있다.

이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대선 당시 제기한 미·중 관계 재정립이라는 핵심 공약을 이행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고 한다.여기에 이전 대통령들이 보여온 관습적 행동 규범을 뒤집고자 하는 그의 성향도 한몫하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 이사 후보로 낙점됐다가 자질논란 끝에 낙마한 보수성향 경제학자 스티븐 무어는 WP에 "나는 그(트럼프 대통령)가 (중국과의 무역전쟁에서) 패배를 인정하는 일은 없으리라 생각한다"며 "위험부담이 높은 전략이지만, 물러서는 건 그의 스타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달 일본에서 열리는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서 시 주석과 만날 것이라고 예고한 상황이지만, 동시에 미국이 현재 중국과의 협상에서 "환상적인 위치에 있다"면서 장기전 태세를 다지며 관세 카드를 지렛대로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그러나 이러한 트럼프 대통령의 확신에도 불구, 백악관 내에서는 긴장감이 감지된다고 WP는 전했다.

일부 참모들이 트럼프 대통령이 '공격적 국수주의' 기조 속에 경제적 무기로서 관세에 대한 굳은 신념을 보이는 것을 두고 우려를 표명하면서다.

여당인 공화당 내에서도 대통령의 날카로운 '레토릭' 등에 대해 난감해하는 표정이 읽힌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미 행정부 내 균열을 '약한 고리'로 파고들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현 참모들을 통제, 대중(對中) 단일대오를 유지하기 위해 부심해 왔다고 한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불거진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의 지난 12일 방송 인터뷰에 트럼프 대통령은 짜증이 났다고 WP는 보도했다.

커들로 위원장은 이날 인터뷰에서 미·중 무역 전쟁으로 인해 미국의 기업들과 소비자들도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시인하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는 중국 측이 그 부담을 안게 될 것이라는 트럼프 주장과는 상충하는 것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신경을 건드렸다는 것이다.

백악관의 한 당국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커들로 위원장에게 전화를 걸었으며, 두 사람은 끝장을 봤다" 고 WP에 전했다.

다만 다른 2명의 당국자는 두 사람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무역에 대한 대화를 주고받았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커들로 위원장에게 "걱정하지 말라"고 여러 차례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대통령과 가까운 공화당 인사들도 비록 동의하지는 않더라도 대통령의 강경 노선을 수용하게 된 모양새라고 WP는 전했다.

친(親) 트럼프계 공화당 중진인 린지 그레이엄(사우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가 좋은 경제 정책이라고 믿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30년간 무역에 대해 일관된 입장을 보여왔다
게리 콘 전 백악관 NEC위원장은 지난 13일 뉴욕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 이슈가 승산 있는 선거 이슈라고 믿고 있기 때문에 2020년 대선 때까지 무역에 대한 논란을 이어가길 원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고 WP가 한 참석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관세 정책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견지해온 콘 전 위원장은 이날 행사에서 미·중 간 충돌이 미국의 농업에 장기적 타격을 줄 수 있다면서 농가에 대한 지원금 지급만으로는 그 피해를 상쇄하기 역부족이라는 우려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다만 콘 전 위원장은 그럼에도 불구, 미국 경제의 호황에 힘입어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도 했다고 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