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서비스' 판 키우는 쏘카 이재웅 [정현영의 개러지에서]

사진=연합뉴스
"차도가 넓은 자동차 위주의 도시를 보도가 넓은 사람 중심의 도시 디자인으로 바꾸고 싶다."

얼마 전 30조원에 육박하는 기업가치(시가총액)로 미국 나스닥 시장에 화려하게 데뷔한 '승차 공유' 업체 리프트의 비전이다. 이러한 비전은 다가올 '자율주행'이 승차 공유를 기점으로 시장을 만들어 낼 것이란 예측에서 나왔다. 리프트는 우버에 이은 업계 2위 자리에 있지만, 이용자 증가율로는 우버를 앞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는 일찍이 규제 당국이나 차(車)업계와 협조했다. 우버와 가장 큰 차이점으로 꼽힌다. 해외로 나가서도 마찬가지다. 중국 디디추싱, 인도 올라, 동남아시아 그랩 등이 리프트와 손잡은 곳이다.

2012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탄생한 리프트는 3년 전 GM으로부터 약 5600억원의 출자를 받았다. 그리고 리프트 운전자에게 GM의 자동차를 저가로 대여해 주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앞서 알리바바와 라쿠텐 등으로부터 2조원가량 자금을 조달했었다.

리프트는 또 가는 곳이 비슷한 승객을 합승시키는 '리프트 라인', 정해진 경로를 왕복하는 '리프트 셔틀' 등 다양한 모빌리티 서비스를 확장해 나갔다. 2017년엔 디즈니와 제휴를 맺고 디즈니 월드에 온 숙박객을 태워 주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요즘엔 포드, 재규어, 랜드로버, 구글 자회사 웨이모 등을 자율주행 기술 협력자로 이름을 올렸다. 우리나라의 공유 서비스는 어디까지 왔을까.

P2P(개인 간) '승차 공유'에 나섰던 카카오 카풀은 택시업계의 거센 반발로 시범서비스를 중단, 제자리걸음 중이다. '차량 공유' 업체 1위인 쏘카와 100% 자회사 브이씨앤씨(VCNC)의 타다 서비스도 택시업계로부터 '불법서비스 제공자'로 고발당한 상태다.

이렇게 잇단 규제 허들과 맞닥뜨렸지만, 300여명의 불타오르는 사명감이 더디지만 한 걸음씩 '공유경제'를 전진시키고 있는 모습이다. '한국형 공유서비스'를 정착시키고 있는 쏘카의 임직원 290여 명과 이재웅 대표이사 그리고 쏘카의 주주 30여 명에 대한 이야기다. 이들은 다양한 옵션 투자로 공유 시장의 판을 키우고 있다. 이재웅 쏘카 대표는 '승차 공유'에만 매달리지 않고 '차량 공유'로 운동장을 확장해놨다.

쏘카는 리프트와 여러모로 닮은꼴이다. 첫 서비스 시작 연도가 2012년이고, 서울시 및 지방정부와 협력 중인 데다 대기업과 스타트업을 가리지 않고 협업을 벌인다. '도시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는 목표까지 닮았다.

쏘카 회원 수는 7년여 만에 460만 명을 돌파했다. 재정상 자동차를 소유하기 어려운 대학생도 이젠 카쉐어링 없이 데이트에 나서기 어렵다고 한다. 차량 공유의 대중화를 이미 이끌었다고 해도 무방하다. 지난해 베타 서비스로 나온 차량 구독서비스 '쏘카패스'의 경우 출시 한 달 만에 완판(선착순 1만 명)됐다. 지난달 3월 31일, 구독 인기에 힘입어 정식 서비스를 개시했다. 쏘카패스는 매달 9900원만 내면 아반떼부터 벤츠까지 쏘카의 1만1000여 대 차량을 차종과 횟수 제한 없이 50% 할인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쏘카는 나아가 전기자전거 공유 서비스까지 내놨다. 차량뿐 아니라 자전거 소유까지 거부하는 '공유도시 프로젝트'를 위한 마이크로모빌리티 시험에 나선 것이다. 쏘카는 이를 위해 지난달 전기자전거 공유 플랫폼인 일레클의 지분을 매입했다. 앞으로 각 지방자치단체 및 대학 캠퍼스 등과 협업이 진행될 계획이다.

자회사 브이씨앤씨의 '타다 서비스'는 P2P 서비스는 아니지만 카쉐어링과 다른 승차 공유 서비스로 볼 수 있다. 타다의 드라이버가 대개 연극 배우, 이모티콘 작가, 편의점 등 노동시장에서 소외된 노동자이고, 이들이 차량을 빌려 공유 서비스에 나서고 있어서다.

브이씨앤씨는 지난달 중순 '타다 어시스트'의 시범 서비스에 들어갔다. 그간 이동이 불편했던 만 65세 이상 또는 장애인 승객이 원하는 시간에 이동할 수 있도록 즉시 배차하는 서비스다.

이 회사는 지금까지 타다 베이직, 타다 어시스트, 타다 에어, 타다 프라이빗, VIP VAN 등 5가지 공유 서비스 옵션을 갖췄다. 베이직은 11인승 레저용차량(RV)으로 운영돼 다수 인원 혹은 짐 많은 승객을 위한 서비스, 에어의 경우 여행객을 위한 서비스다. 프라이빗은 원하는 시간 만큼 한 번에 여러 대를 예약할 수 있는 단체고객(워크숍·가족모임 등) 맞춤형 서비스다.

4월 중 서울에서 론칭을 목표로 잡은 준고급 택시 서비스 타다 프리미엄의 경우 드라이버 파트너들 호응에 힘입어 인천지역으로 확대됐다. 향후 경기지역으로 서비스 진출이 급물살을 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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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이동 서비스에 대한 넘치는 수요를 등에 업고 모빌리티 혁신에 나선 이재웅 대표와 쏘카. 공급자보다 사용자를 너무 배려한 비즈니스 모델 탓에 '내부 살림'을 걱정하는 우려도 제법 있는 게 사실이다. 리프트 역시 증시 상장에 앞서 공개된 지난해 성적표(매출액 21억6000만달러·영업손실 9억1100만달러)로 인해 곤욕을 치른 바 있다.

쏘카가 이달 초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액은 1594억원으로 2017년의 1210억원 대비 31%가량 성장했지만, 영업손실은 178억원에서 331억원으로 적자를 지속했다. 순손실도 409억원으로 전년의 231억원 대비 부진했다.

내부자금 상황은 어떨까. 쏘카의 작년 말 기준 유동자산과 유동부채는 각각 360억원과 717억원이다. 유동부채는 1년 안에 갚아야 할 부채로 볼 수 있는데 상환 능력을 보는 지표 중 하나가 유동비율이다. 도매업이 아닌 소매업의 경우 유동비율이 50~60% 정도여도 자금 회전이 충분하다고 본다.

증시전문가들은 "부채가 좀 많더라도 매출액이나 이익이 성장하는 시기엔 견딜 수 있지만, 매출이 꺾이면 단번에 저항력을 상실할 수 있다"라고 입을 모은다. 중장기적인 자금 안정성을 보여주는 게 자기자본비율인데 쏘카의 경우 35% 정도. 통상 고정자산이 많은 기업은 자기자본비율 20%, 유동자산을 많이 쓰는 곳은 15% 이상을 최소 기준으로 평가한다.

쏘카의 현재 최대주주는 에스오큐알아이(지분 28%)로, 이 대표가 100% 지분 소유자로 알려져 있다. 2대 주주는 SK(23%)다. SK는 4년 전 590억원(시리즈B)을 쏘카에 투자했고, 전환사채(CB)도 150억원가량 들고 있다. 3대 주주는 에스오피오오엔지(12%). 기타 주주가 나머지 35% 지분을 나눠 보유하고 있다.

이 대표는 1995년 다음커뮤니케이션(현 카카오) 창업자로 유명하다. 2007년 9월, 다음 대표 자리에서 물러났고 이듬 해 3월엔 등기이사직에서도 내려왔다. 이후 스타트업 투자사를 세워 운영해오다 2012년 쏘카 설립 당시 창업자 김지만 대표와 함께 경영 일선으로 복귀했다.

이재웅 대표는 전기자전거 공유서비스를 론칭하면서 "마이크로모빌리티부터 차량까지 소유가 아닌 공유를 통해 도시의 이동문제를 해결해 나갈 것"이라며 "차량 소유를 줄이면 환경오염, 교통체증 등을 줄여 다양한 도시 문제를 개선할 수 있다"라고 했다.

리프트의 공동 창업자 존 짐머도 항상 SNS를 통해 "자동차 중심에서 사람 중심으로 도시가 다시 태어나면 교통량도 줄고 오염도 줄어들며 주차 공간도 필요 없어진다"며 "우리의 미션은 교통을 통해 사람들을 다시 잇고 지역을 하나로 연결해 가는 것"이라고 강조한다.리프트와 닮은꼴 쏘카와 타다의 행보에 투자업계도 자동차업계도 쉽사리 눈을 떼기 어려운 이유가 많다.
정현영 한경닷컴 기자 j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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