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팩트 후 팔이 잘 도나요?…비거리 30m까지 더 늘릴 수 있어요"

한·미·일 3국 투어 챔프 김영의 달콤한 골프
(12) 로테이션의 '숨겨진 비밀'
아마추어와 프로의 차이는 참 크고도 극명합니다. 연습량이 가장 먼저 떠오르네요. 성공한 사람들의 비결을 꿰뚫어 본 《아웃라이어》의 저자 말콤 글래드웰이 말해 유명해진 ‘1만 시간의 법칙’처럼 무언가의 달인이 되려면 엄청난 반복이 필요하다고 하죠. 사실 골프는 이 법칙이 잘 맞아떨어지는 스포츠 종목 중 하나랍니다. 10대 초반부터 하루 대여섯 시간 훈련에 연간 300일가량을 연습한다고 치고, 10년쯤 구력이 쌓이면 투어프로로 빛을 발하는 경우가 많아 그렇습니다. 그런데도 전날 7~8언더파를 쳤던 선수가 다음날 7오버, 8오버파를 치며 무너지곤 하니 참으로 어렵고도 미스터리한 게 골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비거리의 ‘터보엔진’ 로테이션또 다른 차이는 뭐가 있을까요. 눈에 보이는 것 중에는 우아한 피니시 동작이, 눈에 잘 안 보이는 것 중에는 임팩트 전후의 로테이션(rotation) 동작이 대표적인 차이가 아닐까 싶네요. 전 그중에서도 로테이션을 꼭 강조하고 싶습니다. 비거리가 고민인 분들이라면 그 개념과 가치를 꼭 알아야 한다는 생각에서입니다.

로테이션은 팔뚝이 팔뚝뼈를 회전축으로 몸 바깥쪽, 또는 안쪽으로 회전하는 것을 말합니다. 바깥쪽으로 도는 게 ‘외전(外轉·supination)’, 안쪽으로 회전하는 게 ‘내전(內轉·pronation)’이라고도 하고요. 쉽게 말하면 차려 자세에서 왼손에 찬 손목시계를 보려면 팔을 들어올리면서 동시에 몸 안쪽으로(시계방향으로) 왼팔뚝을 돌려야 하겠죠, 이게 내전입니다. 다시 차려 자세로 돌아가는 정반대 회전동작(반시계방향)이 외전이고요. 골프스윙은 양팔이 내·외전을 한 번씩 모두 하면서 만들어지는 겁니다.

스타 프로들은 이 내·외전, 즉 로테이션의 달인이기도 합니다. 스핀양과 탄도, 볼 스피드까지 바꿔 원하는 구질과 방향을 만들어내곤 하죠. 요즘 물이 오를 대로 오른 타이거 우즈(미국)를 보셨겠지만 이 로테이션을 강하게 해 ‘괴물 훅샷’을 칠 때도 있고, 반대로 약하게 하는 ‘헬리콥터 스윙’을 하기도 합니다. 쇼트게임 어프로치에서도 로테이션을 많이 할 때와 적게 할 때를 조절한답니다.로테이션은 클럽헤드 가속도를 좌우하기 때문에 중요합니다. 잘하느냐 못하느냐에 따라 가속도 차이가 2.5배나 난다는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비거리 10~30m(남자 기준)를 결정하는 차이죠. 힘은 더 많이 쓰고도 로테이션을 놓친다면 억울한 손해를 보고 있는 겁니다. 고수의 필수조건인 샷메이킹 옵션이 줄어드는 건 당연하고요.

사실 이런 동작을 몰라서 못하는 건 아닙니다. 알지만 공을 그냥 세게 때려 거리를 내려는 욕심과, 좌우 직선운동으로(스웨이) 스윙을 하려는 무의식이 로테이션을 방해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결국 상체가 일찍 일어나고 왼쪽 팔꿈치가 몸 뒤로 빠지는 ‘치킨윙’이 생기니 그 귀한 로테이션의 힘이 죽게 되는 것이죠.

무의식 로테이션, 의식적 연습 절대적이 로테이션이 자연스럽게, 무의식적으로 만들어지면 100점입니다. 상체와 어깨, 팔, 손에 힘이 빠지면 상당 부분 해결되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고속으로 회전하는 클럽헤드의 가속과 무게가 몸의 회전과 맞물려 필요한 로테이션을 만들어내기 때문이죠. 하지만 잘 안 되는 분들이라면 의식적인 반복 연습밖에는 달리 방법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권하고 싶은 연습은 대략 세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공을 양팔 사이에 끼우고(반반 색깔이 다른 로테이션 확인용 공도 있음) 하프 스윙을 하면서 클럽헤드가 오른쪽, 왼쪽으로 부드럽게 회전하는 로테이션 느낌 찾기 연습입니다.

느낌 자체를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기본 연습이죠. 헤드무게가 나를 끌어당기는 듯한 느낌을 느끼면서 하는 게 좋습니다. 하프스윙을 끝냈을 때 오른손 손등이 내 정면(거울 이미지 기준)에서 완전히 보이는 게 정상입니다. 두 번째는 왼손으로만 하는 하프 스윙입니다. 백스윙할 때는 왼손 등이 정면에서 다 보여야 하고, 피니시에서는 왼손 손바닥이 정면에서 다 보여야 합니다. 한 손 로테이션 연습이 어려우면 오른손을 왼손에 살짝 붙이는 정도로만 그립을 잡아 하프스윙을 해보는 것도 방법입니다.연습, 늘 번거롭고 귀찮으시죠? 하지만 최소한의 연습량이 있어야 비거리의 신세계에 한 발이라도 더 다가설 수 있다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1만 시간까지는 못 하더라도 말이죠.

김영 < 한경골프최고위 과정 인스트럭터·방송해설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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