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판문점 합의' 먼저 깬 北에 할 말 제대로 해야

북한이 지난 22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일방적으로 철수하면서 남북한, 미·북 관계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렵게 됐다. 북한의 이런 행태는 협상이 막히면 늘 써먹던 벼랑 끝 전술의 재탕이다. 남북한 협력을 지렛대로 삼아 북한 비핵화와 미·북 대화를 이끌어내겠다는 우리 정부의 ‘중재자·촉진자론’도 타격을 입게 됐다.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북한이 제멋대로 연락사무소 철수를 자행함으로써 문재인 정부 들어 남북한 간에 이뤄진 합의의 토대를 일방적으로 무너뜨렸다는 사실이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는 문 대통령과 북한 최고지도자인 김정은 국무위원장 간 ‘4·27 판문점 선언’에 따라 지난해 9월 문을 연 남북관계 복원의 상징적 존재였다. 남북한은 이 선언을 바탕으로 철도와 도로 연결을 비롯한 경제협력 사업과 군사적 긴장 제거 등 후속 조치를 시행해왔다.특히 ‘군사합의’가 이뤄진 이후 우리 군의 방어능력 약화에 대한 국내외 우려가 커졌음에도 정부는 북한과의 약속 이행 및 신뢰 유지가 중요하다는 이유로 각종 군사훈련마저 축소했다. 그런데도 북한은 우리 군 수뇌의 전방부대 격려방문조차 ‘도발적 행동’이라고 비난하는 등 대한민국 국방 역량 무력화 속내를 노골적으로 드러내왔다.

개성연락사무소 일방 철수로 판문점 선언과 후속 합의를 파기한 것은 대한민국이 아니라 북한이라는 사실이 명백해진 만큼, 우리 정부의 대응도 달라져야 한다. 북한은 선전매체를 동원해 우리 정부에 대해 “외세에 휘둘려 북남선언 이행에 배치되게 놀아대고 있다”거나 “미국 상전의 눈치만 살피고 있다”는 등 온갖 험담을 늘어놓고 있다. 그런 판에 ‘중재자·촉진자론’에 갇혀 제대로 따지지도 못하는 일이 반복돼선 안 된다. 툭하면 남북한 합의를 헌신짝처럼 내던지는 북한에 대해 단순 유감 표명 이상의 해야 할 말조차 않고 넘어간다면 앞으로도 북한에 끌려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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