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재원추계 안 되는 공약 집착 말라"는 전직 관료들의 고언

정부의 주요 연례업무인 예산 편성작업이 다음주부터 본격 시작된다. 26일 열릴 국무회의에서 ‘2020년 정부 예산편성 지침’이 확정되면 각 부처는 5월 말까지 내년도 사업에 필요한 예산요구서를 기획재정부에 내게 된다. 이 사업들을 예산실이 취합·가감(加減)해 9월 초 국회로 보내는 것은 법에 정해진 절차다. 내년에는 500조원에 육박할 예산을 꼭 필요한 곳에 가장 효율적으로 쓰는 것은 정부의 기본 책무다.

내년도 예산편성 지침 확정을 앞두고 이 업무를 오랫동안 했던 전직 관료들이 성명서를 발표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국가채무 확대도 불사하는 확장재정, 공공부문의 급격한 비대화, 경제성 검토가 부족한 대형사업 남발 등으로 재정 부실에 대한 우려가 그치지 않는 상황에서 나온 고언이어서 더욱 주목된다.‘건전재정포럼’의 성명은 단순히 2020년도 예산 편성에 대한 충고나 고언 차원을 넘어선다. 세금 지출의 원칙, 복지 제도와 공약 처리의 방향, 큰 정부에 대한 경계, 성장잠재력 확보의 중요성 등에 대해 두루 핵심을 짚어냈다. 특히 “국민적 숙려 과정과 재원의 면밀한 추계가 부족한 무리한 공약 집행에 집착하지 않아야 한다” “무질서한 지방의 복지 프로그램 남발을 방지하기 위한 근본적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공무원 증원 등 공공부문 인력정책을 단순 실업대책으로 활용하는 것은 매우 경계하고 지양해야 한다”는 지적은 정부뿐 아니라 여야 국회의원들도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급속한 고령화와 함께 국가부채도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좀 더 면밀하고 보수적인 장기 재정 추계가 절실한 이유다. 한국 같은 소규모 개방경제 체제에서 재정 건전성은 나라 경제를 지키는 매우 중요한 가치라는 것도 두말할 나위가 없다. 내년도 예산을 짜나가야 하는 와중에 ‘미세먼지 추경’ 편성이 기정사실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이래저래 적자국채 발행만 늘어나게 됐다. 방만재정에 대한 전직 예산전문 관료들의 경고를 흘려들어서는 안 될 것이다.

핫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