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벤처 생태계' 자생력 길 터줄 정책은 없나

정부가 ‘제2 벤처 붐 확산 전략’을 내놨다. 신사업·고(高)기술 스타트업 발굴, 벤처투자 시장 내 민간자본 활성화, 스케일업과 글로벌화 지원, 벤처투자의 회수·재투자 촉진, 스타트업 친화적 인프라 구축 등 전략과제가 다섯 가지에 달하지만, 방점은 자금 투입에 찍혔다. 3조4000억원 수준인 연간 신규 벤처투자액을 5조원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제2 벤처 붐 조성은 노무현 정부를 시작으로 역대 정부의 단골 메뉴였다. 이번 대책도 지난 정부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12조원 규모의 스케일업 펀드 조성, 인수·합병 전용펀드 1조원 신설, 바이오 정책펀드 6000억원 투자, 엔젤 세컨더리 전용펀드 2000억원 조성, 대학 내 창업 활성화를 위한 펀드 6000억원 조성 등 각종 펀드의 조성 및 투자로 가득찼다. 그러나 지난 정부들이 보여준 대로 자금 지원 위주 대책으로는 벤처 붐 조성에 한계가 있다. 설령 벤처 붐이 조성되더라도 오래가기 어렵다. 하지만 정부는 여전히 ‘돈 살포’에 미련을 떨치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2000년대 초 벤처 붐이 꺼진 이후 미국의 나스닥과 한국의 코스닥이 보여준 모습은 너무 달랐다. 미국에서는 언제 그랬느냐는 식으로 벤처 붐이 다시 살아났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골이 너무 깊었다. 생태계 자생력의 차이였다. 미국의 FANG(페이스북 애플 넷플릭스 구글) 등이 정부에 의존한 벤처 붐 정책으로 탄생한 게 아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시장 주도’가 바람직한 이유다.

시장 주도 벤처 생태계로 가려면 벤처 창업과 민간 벤처캐피털 투자, 그리고 출구에 해당하는 기업공개(IPO)와 M&A라는 기본 축들이 튼튼해야 한다. 이들 간 선순환 형성이 핵심이다. 그러려면 과감한 규제 완화가 우선이다. 특히 벤처기업과 대기업이 다같이 원하는 M&A시장 규제 완화는 머뭇거릴 이유가 없다. 벤처기업의 경영권 불안을 해소할 차등의결권 도입도 시급하다. 이를 통해 성공사례들이 쏟아지면 인재도 자금도 그쪽으로 이동하게 돼 있다. 이제는 벤처 정책의 패러다임을 확 바꿀 때도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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