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늘수록 미세먼지도 증가한다?

AutoTimes의 확대경
안상진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박사의 주장은 흥미롭다. ‘대기오염을 유발하는 전기차의 역설:한국의 미세먼지(PM2.5)’ 리포트를 통해 “전기자동차가 늘어날수록 미세먼지 또한 증가하는데 그냥 내연기관을 사용하는 것보다 오히려 미세먼지 증가량이 높다”는 주장을 펼친다. 전기차에 필요한 전력 생산 방식이 화력에서 다른 것으로 바뀌지 않는 한 그렇다는 것이지만 정부의 미래 전력수급계획은 화력발전이 주력인 만큼 전기차가 오히려 미세먼지의 주범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친환경을 추진하다가 친오염이 될 수 있다는 경고다.

그는 전기차 보급 시나리오에 따라 2030년까지 국내 전기차 비중이 25%에 도달할 때를 가정해 결론을 도출했다. 이 과정에서 전력의 부하, 도로이동오염원(자동차) 및 발전 부문의 초미세먼지 변화 등을 연동한 결과 전기차 운행이 늘어날수록 도로이동오염원의 초미세먼지는 0.653㎍/㎥ 낮아지는 반면 전력생산을 위해 배출되는 초미세먼지는 1.147㎍/㎥ 상승해 전국적으로 초미세먼지 배출밀도는 0.494㎍/㎥ 증가한다고 주장했다.이 같은 결과가 도출된 데는 보급 대상인 전기차가 대부분 승용차라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승용차 한 대에서 배출되는 초미세먼지가 화물차나 중장비에 비해 적어 감축 효과가 떨어진다는 뜻이다. 그러니 전동화는 상용차에 우선 적용돼야 하고 발전도 화력에서 다른 방식으로 바뀌어야 초미세먼지 감축 효과가 나온다고 역설한다.

그러면서 현재 친환경차 보급 로드맵의 수정은 불가피하다는 대안을 제시한다. 특히 전기차 보급에 따른 지원금을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로 나누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라고 말한다. 전력 수급은 중앙정부가 조절하는데 그에 따른 지원금의 일부를 지자체가 주는 것은 적절한 방법이 아니라는 것이다. 전기차의 성장 속도는 예상보다 빠르지만 발전소 전력 공급은 추가되는 전기수요를 충족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유연하지 않아서다. 비록 장기적으로는 신재생에너지가 대안일 수 있지만 단기 및 중기적으로 전기차 보급에 따른 전력수급 상황에 맞게 현실적인 에너지 믹스가 필요하고,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조언도 빼놓지 않는다.

물론 이런 문제는 전기차 보급 과정에서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그러나 상용차의 전동화는 배터리 용량 문제로 아직 제품조차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그래서 디젤 화물차의 전기차 개조를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만만치 않다. 디젤 엔진을 LPG로 바꾸면 초미세먼지를 줄일 수 있어 개조비용을 지원하지만 중고 상용차의 전동화 지원은 거의 없다. 전기 승용차 보급만으로 발전 부문의 초미세먼지 감축 효과를 얻을 수 없다면 ‘개조’라는 현실적인 방안을 찾는 것도 정책의 일환이다. 새 차에만 보조금을 지원하는 이유가 물론 ‘세금’ 때문이라는 것은 알지만, 그보다 초미세먼지 감축이 먼저이기 때문이다.

권용주 오토타임즈 편집장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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