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인도에도 원전 참여 기회 요청, '탈원전 출구'로 삼아야

지난주 한국을 찾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에게 문재인 대통령이 “인도가 원전을 건설한다면 한국에 많은 기회를 달라”고 요청했다. 인도 측에서 “7기의 원전을 추가로 건설할 계획을 갖고 있다”며 “한국이 직접 참여해 달라”고 제안한 데 대한 화답이었다. 눈길을 끄는 건 문 대통령이 “한국은 지난 40년 동안 독자적인 기술로 원전을 건설하고 운영해왔다”고 강조한 대목이다. 이 말이 인도 측에 보다 설득력 있게 들리도록 하려면 우리의 원전 기술이 해외에서는 되고 국내에서는 안 된다는 모순부터 풀어야 한다.

영국 사우디아라비아 등 원전 수주에 잇따라 제동이 걸리거나 비상등이 켜지고, ‘안보동맹’으로까지 관계를 강화한 아랍에미리트에서조차 원전 유지 및 확대 계약 이행을 안심할 수 없게 된 데는 국내 탈원전이 큰 원인으로 작용했음은 알려진 대로다. 인도 측이 이를 모를 리 없다는 점을 생각하면 한국의 참여를 제안한 것 자체에 큰 기대를 하기는 어렵다. 미국 프랑스 일본 중국 러시아 등 다른 원전 수출국들을 자극해 인도에 최대한 유리한 조건을 조성하려는 목적에서 ‘끌어들이기 패’로 한국을 이용하는 것일 수도 있어서다.가뜩이나 국제사회에서는 한국에 대해 “자국에서는 원전을 폐기해 나가겠다고 선언해 놓고 수출을 하겠다는 게 말이 되느냐”는 시비가 잇따라 제기되는 마당이다. 한 번 짓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장기간 유지보수도 챙겨야 하는 게 원전이다. 다른 대안이 없다면 몰라도 자국에서의 신규 원전 건설 중단으로 인력이 떠나는 등 산업 생태계가 흔들리는 국가의 기업에 이 일을 맡기기도 쉽지 않다.

이런 사실을 문 대통령도 모디 총리도 모르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원전을 정상회담 주요 의제로 다뤘다면 뭔가 깊이 있는 사전 논의가 있었다고 믿고 싶다. 지금 우리나라는 일자리와 소득에 비상이 걸렸다. 40년에 걸쳐 독자적인 기술을 발전시켜 온 원전을 버리겠다는 건 어떤 핑계를 대든 이념과 진영논리에 의한 국가적 자해행위가 아닐 수 없다.

인도에 대한 문 대통령의 ‘원전 세일즈’를 또 하나의 ‘아니면 말고 식 이벤트’로 끝낼 생각이 아니라면 지금이라도 탈원전 정책의 궤도 수정이 필요하다. 무책임하게 탈원전 고수만을 요구하고 있는 지지세력을 설득해서라도 최소한 신한울 원전 3·4호기 건설은 재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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