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리비아 우유니, 빛과 소금이 만든 '神의 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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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향기
그 남자 그 여자의 여행 (5) 천국과 가장 가까운 볼리비아 우유니
자연이 빚어낸 데칼코마니…초현실을 경험하다
그 남자: 세상에서 가장 큰 거울, 우유니의 낮우기가 끝나는 시점에 물이 찬 우유니 만날 수 있어
볼리비아의 포토시 주에 있는 우유니 소금 사막은 안데스산맥이 융기하는 과정에서 바다의 소금과 주변 산지에서 흘러내린 염류가 합쳐져 생성된 분지 지형이다. 면적은 약 1만2000㎢ 정도로 경상남도보다 약간 넓은 규모. 소금 매장량은 약 100억t 이상으로 추정한다.
노을지는 우유니, 인생 최고의 경험‘하늘과 소금’ ‘비 온 후 갬’ ‘바람이 없어야 함’이 바로 천국을 만드는 조건이다. 최근에 내린 비가 발목 언저리에 찰랑거릴 정도로 차 있어야 하고, 그 물에 비친 상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바람이 불지 않아야 한다. 별것 아닌 이 몇 가지 조합이 딱 맞아떨어지면 드디어 꿈에 그리던 천국이 드러난다. 하늘과 땅이 만나는 곳. 하늘이 땅이고, 땅이 곧 하늘인 곳. 지평선 위에 떠 있는 모든 것을 데칼코마니처럼 그려내는 우유니 소금 사막이다. 빛과 소금이 만들어내는 신의 마술이자 예술.
이 미친 대자연 속에서 어찌 미치지 않을 수 있으랴? 남자 역시 미친 듯이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 또 누른다. 어느 방향으로 찍어도 멋진 작품이 나오긴 하지만 우유니 ‘그 자체’는 아니다. 천상의 우유니를 한 장의 완벽한 사진으로 영원히 간직하고 싶은 마음에 끊임없이 셔터를 눌러 본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문득 고개를 드니 찬란한 태양이 하나도 아니고 두 개. 하늘에서 떨어지는 해와 땅에서 솟아오르는 태양이 지평선에서 눈앞에서 하나가 된다.
천국을 꿈꾼다면, 인생 최고의 풍경, 인생 최고의 경험을 원한다면 한시라도 빨리 떠나야 한다. 우유니 소금 사막의 지하에는 값비싼 광물인 리튬이 매장돼 있는데, 그 양이 세계 총매장량의 절반에 해당할 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리튬 개발권을 얻기 위해 세계 각국에서 볼리비아 정부와 협상을 시도하는 중이다. 아니, 이미 판매권이 지구상 어느 나라로 넘어갔다는 소문도 있다. 조만간 천혜의 자연, 우유니 소금 사막은 사라질지 모를 일이다.
잠시 후, 어둠이 집어삼킨 세상 넘어 어슴푸레 떠오르는 두 개의 달로 인해 두 번째 천국이 나타난다.
머리 위로 쏟아질 것 같은 별들의 축제
우유니 소금 사막에 대한 여자의 첫 느낌은 그야말로 믿을 수 없음, 언빌리버블했다. 해가 진 후에도 진한 감동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숙소로 돌아온 일행은 쉬이 가시지 않는 흥분에 좀처럼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어느덧 시계는 새벽 3시를 가리켰고, 그즈음 지난밤 일행을 숙소로 데려다주었던 가이드가 다시 돌아왔다. 더 놀라운 광경이 기다리고 있으니 지금 출발해야 한다 했다. 이보다 더 놀라운 광경이 있다고? 새벽 3시에?
사실 여행 중 밤하늘을 별을 볼 기회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안전을 위해 해가 지기 전 숙소로 돌아와야 하고, 숙소 또한 대부분 시내에 있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태어나서 어제까지 본 별을 합친 것보다 지금 이 순간 떠 있는 별이 더 많은 것 같다. 낮에 뜬 두 개의 태양이 지고 나니 우유니의 밤은 차가웠다. 콧날을 스치는 찬 바람만이 꿈속의 별들이 아님을 알려주고 있었다.
그제야 칠흑처럼 어둡던 주변이 보이기 시작했다. 어둡지 않았다. 어둡다고 생각한 건 그저 고정관념에서 비롯된 것임을 깨달았다. 비로소 영화 속에서 가능할 것 같던, 별을 따라가는 여행이 무엇인지 알 수 있게 됐다.
어느덧 여자의 나이 서른을 훌쩍 넘겼다. 하고 싶은 일보다 해야 할 일이 많아지고, 웬만한 일에는 무심하고 무뎌졌으며 살면서 부딪쳤던 크고 작은 시련에 다쳐볼 만큼 다치고, 구를 만큼 굴러 세상과 ‘맞짱’ 정도는 뜰 수 있을 정도로 크고 단단한 동그라미가 된 줄 알았다. 어른이 된 줄 알았다. 어느날, 덜컥 만난 거대한 자연 앞에서 그저 아직 작은 점 하나도 되지 않았음을 알기 전까지.
그 남자(오재철), 그 여자(정민아) : 결혼과 동시에 414일간 신혼 세계여행을 다녀왔다. 중앙대 사진학과 출신인 그 남자와 웹 기획자 출신인 그 여자는 부부이기에 앞서 한 개인으로서 한 지역에서 경험하게 되는 두 가지 여행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공동 저서로 《함께, 다시, 유럽》 《우리 다시 어딘가에서》 등이 있다.
볼리비아=글 정민아 여행작가 jma7179@naver.com
사진 오재철 여행작가 nixboy99@daum.net
여행메모
우리나라에서 볼리비아로 가는 직항편은 없다. 주로 캐나다나 미국 항공사를 이용해 페루의 리마나 칠레의 산티아고를 거쳐 라파스로 들어가는 것이 가장 빠르다. 라파스에서 우유니까지는 버스로 10시간 이상, 항공으로 50분 걸린다. 볼리비아는 해발고도 3680m로 고지대에 속하므로 고산병에 주의해야 한다. 고산병의 증상은 두통, 오심, 구토, 불면증과 보편적으로 호흡 곤란이 함께 있다. 이런 증상을 완화시키기 위해서는 하루 2L 이상의 수분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
볼리비아 여행을 위해서는 사전에 비자를 받아야 한다. 볼리비아만 방문한다면 국내 영사관에서도 발급이 가능하지만 다른 나라를 거쳐 들어갈 경우 해당국의 볼리비아 대사관이나 영사관에서 신청할 수 있다. 언어는 스페인어를 쓰며 시차는 우리나라보다 13시간 느리다.볼리비아의 우유니 소금 사막 투어는 보통 네 가지로 나뉜다. ‘데이 투어’와 ‘선셋과 스타라이트 투어’, ‘스타라이트와 선라이즈 투어’ 그리고 2박3일 ‘사막 횡단 투어’다. 어렵게 찾아간 지구 반대편이니 만큼 네 가지 투어를 모두 경험해 보길 추천한다.
먼저 데이 투어는 우유니의 낮과 노을을 보고 마을로 돌아오는 투어이고, 선센과 스타라이트 투어는 낮과 노을 그리고 별까지 보고 늦은 밤에 돌아온다. 스타라이트와 선라이즈 투어는 별과 일출을 본다. 마지막으로 2박3일간의 사막 횡단 투어는 말 그대로 2박3일간 볼리비아의 오프로드를 달리는 것(볼리비아의 우유니에서 칠레의 아타카마로, 혹은 그 반대 방향으로 이동하는 투어)다. 2박3일 투어를 제외한 나머지 투어의 경우 투어 한 개당 1인 2만~4만원 내외의 비용이 든다.(인원수에 따라 가격이 조금 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