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관광객은 집으로 돌아가라"...홍콩서 中 관광객 반대 시위

“중국인 관광객들은 집으로 돌아가라.”

중국인 관광객이 크게 늘어나면서 홍콩에서 중국인 관광객 반대 시위가 벌어지는 등 반(反)중 정서가 심상치 않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4일 보도했다.SCMP에 따르면 지난 3일 홍콩 시민단체 소속 10여 명은 중국 대륙과 경계인 홍콩 툰먼의 버스터미널에서 춘제(春節·설) 연휴를 맞아 홍콩 관광에 나선 중국인 관광객들 앞에서 ‘홍콩인들은 중국인들을 환영하지 않는다’, ‘버스는 화물차가 아니다’, ‘대륙인은 수입 관세를 낮춰서 본토에서 물건을 사라’ 등의 피켓을 들고 두 시간 동안 시위를 벌였다.

중국 본토에서 온 관광객들이 홍콩에서 샴푸, 분유, 과자 등 일상용품을 잔뜩 사서 버스에 실은 후 다시 돌아가는 행태를 비판한 것이다. 시위에 참여한 랜스 옌은 “중국 본토에서 쇼핑객들이 몰려들면서 거리마다 본토인들로 넘쳐나고 있다”며 “건물 주인이나 기업들만 이득을 볼 뿐 영세업자들은 임대료 급등으로 오히려 쫓겨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홍콩을 방문한 관광객은 6510만 명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이 중 78%인 5078만 명이 중국 본토인이었다. 하루에 14만 명의 중국인이 홍콩을 방문한 셈이다. 이로 인해 홍콩인들은 쇼핑몰이나 길거리가 너무 북적거려 평화로운 삶이 깨지고 집값도 급등했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중국인 관광객 증가는 지난해 홍콩과 선전, 광저우를 잇는 고속철도와 함께 홍콩과 마카오, 광둥성 주하이를 잇는 강주아오(港珠澳) 대교가 개통한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이들이 홍콩 18개 구로 흩어진다고 하더라도 각 구에는 매일 8000여 명의 중국 본토인이 오게 된다.

시위대는 중국인 관광객을 금지할 수 없다면 유입되는 수라도 줄여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들은 중국 본토인의 홍콩 관광을 6개월에 한 차례로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위를 본 중국인들은 반감을 드러냈다. 설 연휴를 맞아 베이징에서 가족과 함께 왔다는 위젠웨이는 “홍콩 시민들이 느끼는 고통을 이해할 수는 있지만 중국 관광객에게 분노를 표출하지 말고 홍콩 정부와 함께 해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중국이 없다면 홍콩은 물도 야채도 구할 수 없어 하루도 버틸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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