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중국 웹툰보다 불법 콘텐츠 도용이 더 무섭다"

불법 콘텐츠 유통으로 국내 콘텐츠업계 피해가 커지고 있다는 소식이다. 특히 웹툰은 저작권 침해가 가장 심각한 분야로 꼽힌다. 매달 3500만 명이 접속한 국내 최대 불법 웹툰 사이트 ‘밤토끼’가 지난해 폐쇄됐지만 정부 단속을 비웃듯 유사 사이트가 잇따라 생겨나고 있다. 유망 산업으로 꼽히는 웹툰이 만연한 저작권 침해에 발목 잡힌 형국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불법 웹툰 유통 피해액(2017년)은 9939억원으로 추정됐다. KT경제경영연구소 등이 추산한 시장 규모 8800억원을 크게 웃돈다. 저작권 침해는 웹툰 작가의 창작 의지마저 꺾어 놓고 있다. 2013년 유료 웹툰 전문 유통업체인 레진코믹스 등장 이후 꾸준히 늘던 신규 작품 수가 2017년 처음으로 감소한 게 이를 말해준다.웹툰 제작사 와이랩의 심준경 대표는 “중국 웹툰업체보다 불법 콘텐츠가 더 무섭다”고 토로했다. 우리나라는 웹툰 종주국으로 불리지만, 중국 업체들이 여러 작가의 협업 방식으로 국내 시장을 잠식하면서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심 대표 말은 토종 웹툰들이 중국과 제대로 싸워보기도 전에 저작권 침해로 침몰하게 생겼다는 얘기로 들린다.

소비자들이 저작권을 어긴 콘텐츠를 찾을수록 불법 시장은 더 커진다. 한국저작권보호원에 따르면 불법 복제물 경험률은 2013년 33.3%에서 2017년 40.4%로 증가했다. 1인당 국민소득이 중진국 수준으로 진입하면 소득 증가에 따라 지식재산권 보호 정도도 올라가는 게 정상인데, 3만달러를 넘은 우리나라가 이렇다는 건 부끄러운 일이다.

지재권 보호 없이는 기술, 아이디어, 지식 등이 주도하는 혁신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 즉각적인 접속 차단이 필요한 불법 복제 사이트 대응을 놓고 한국저작권보호원과 방송통신위원회로 이원화된 절차를 바로잡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불법 콘텐츠를 대하는 소비자 인식이 확 바뀌지 않으면 콘텐츠 강국은 요원할 것이다.

핫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