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脫원전 이념의 굴레 벗어던질 때

여당서 나온 "신한울 3, 4호기 재개"
공론화 등 통해 탈원전 궤도 수정을

정범진 < 경희대 교수·원자력공학 >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 주장에서 촉발된 ‘탈(脫)원전’ 논쟁이 뜨겁다. 송 의원은 지난 11일 서울 반포동 쉐라톤팔래스호텔에서 열린 원자력계 신년인사회에서 “노후 원전과 화력발전소를 중단하는 대신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재개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는 뜻으로 읽혀 주목된다.

신한울 3·4호기는 경북 울진에 1400㎿급 한국신형원전(APR1400) 2기를 짓는 것으로, 각각 2020년 말, 2023년 말 준공할 계획이었는데 2017년 10월 발표한 ‘에너지전환 로드맵’에서 건설이 백지화됐다. 원자력공학을 전공하고 전력수급 분야에서 10여 년 경험을 쌓은 필자가 보기에 송 의원의 주장은 당연하다. 부존자원이 없는 데다 국토는 좁고 그나마 70%가 산지인 우리나라가 택할 수 있는 에너지는 무엇인가.적은 연료로 많은 에너지를 얻으니 연료의 비축과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원자력이 적격이다. 또 원자력은 연료비 비중이 낮으니 준(準)국산 에너지라고 할 수 있다. 값이 싼 데 더해 이산화탄소와 미세먼지도 내뿜지 않으니 지구온난화 방지에도 기여한다. 세계적인 수출경쟁력을 가진 원전산업과 종사자도 자랑이지 않은가. 원자력을 하지 않고 포기할 이유를 찾을 수 없는 것이다.

필자는 노무현 대통령 집권 초기 전력수급계획에 참여한 적이 있다. 전력수요를 적게 책정하고 예비율을 줄이라는 주문이 끊임없이 내려왔다. 대정전이 날 것 같은데도 예비율을 더 줄이라는 주문은 지속됐다. 극렬한 환경단체 출신 인사가 이끄는 비정부기구(NGO)가 지속발전가능위원회에 들어가 현실에 맞지 않는 주문을 계속했다. 정부 관료는 매번 회의가 끝나면 달려가 보고하고 새로운 주문을 받아왔다. 그러나 결국 원전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원전 건설을 승인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때가 늦어 2011년 결국 ‘9·15 대정전’을 맞을 수밖에 없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상황이 다를 게 없다.

지난 14일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신한울 3·4호기 정도는 시행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이라고 했다. 15일에는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현 정부의 에너지 정책을 ‘졸속 행정’으로 규정하며 국민투표를 요구했다. 김경진 민주평화당 의원도 현 정부의 에너지 정책을 비판하기에 이르렀다.이들은 모두 탈원전 정책의 폐해를 알게 됐을 것이다. 원전 가동률 감소가 공기업 한국전력의 적자로 이어지는 것을 확인했고, 전기료가 오르지 않는다는 말도 거짓이었음을 알았을 것이다. 태양광 시설에 대한 각종 잡음과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는 신재생에너지가 아직 준비가 덜 됐고 대규모 국토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도 깨달았을 것이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과정에서는 원전의 위험성이 과장된 것이었음을 확인했을 것이다. 탈원전 정책의 위험한 결과를 조금이나마 경험한 것이다. 게다가 탈핵(脫核)을 주장하는 환경단체 출신 십수 명은 원자력 관련기관의 기관장, 위원, 임원, 감사 자리를 꿰차고 앉지 않았나.

이제 탈원전 정책은 방향을 틀 때다. 국가 에너지 정책을 하루빨리 정상화해야 한다. 이념에 집착해 탈원전을 고집하다가는 게도 구럭도 다 잃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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