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로 고향 간 86세 이산가족 "부모님 계실 것 같은데…" 울먹

개성 출신 김금옥씨, 철도착공식 참석…"철도 완공돼 살던 동네 가고파"
'마지막 기관사' 신장철씨 "10년 전과 그대로" 안타까워하기도
"개성 땅 어디에선가 우리 부모님이 살아 계실 것 같은데…."기차를 타고 그토록 꿈에 그리던 북녘의 고향 땅을 다시 밟은 86세 이산가족 김금옥 할머니는 끝내 울먹였다.

26일 서울역을 출발한 특별열차를 타고 종착역인 북측 개성 판문역에 내린 김 할머니는 감회에 젖은 듯 "방학하던 외가가 서울이어서 열차로 서울역에서 (개성역을) 오가곤 했다"며 수십 년 전 기억을 되짚었다.

개성 덕암동이 고향이라는 할머니는 다른 이산가족 4명과 함께 판문역에서 열린 남북 동·서해선 철도, 도로 연결 및 현대화 착공식에 참석했다.김 할머니는 과거 개성 관광이 진행될 당시 방문한 적이 있고, 2015년 고려 궁궐터 개성 만월대 남북 공동발굴 때도 간 적이 있다.

하지만 실향한 이후 기차를 타고 북녘 고향 땅을 밟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출발 전 이번 일이 "꿈같다"고 했던 김 할머니는 착공식이 끝난 뒤에도 좀처럼 감격이 가시지 않는 듯 "생전에 (고향에) 갈 수 있을까 했는데 감개무량하다"고 말했다.이어 "빨리 철도가 완공돼 기차를 타고 개성역에서 내려 내가 살던 동네에 가고 싶다"며 "그때까지 살려면 다리가 튼튼해야죠"라고 다짐했다.

김 할머니와 함께 착공식에 참석한 '경의선 마지막 기관사' 신장철(66)씨도 감회가 새롭긴 마찬가지였다.

신 씨는 착공식이 끝난 뒤 "뭐라 말할 수 없이 감동했다"며 "다신 이런 일이 있을까 했는데"라고 소회를 밝혔다.신 씨는 1951년 6월 이후 56년여 만인 2007년 5월 남북 열차 시험운행을 운전했다.

같은 해 12월부터 2008년 11월까지 운행된 문산∼봉동(개성공단) 간 정기 화물열차의 처음과 마지막 기적을 울린 기관사다.

별세한 부모의 고향이 황해도 평산이고, 장인·장모 역시 개성 장단 출신이기도 하다.

10년 만에 승객으로 경의선 열차를 탄 신 씨는 "주변이 옛날과 변한 게 없다"며 "사천강 철로를 지날 때 너무 저속으로 지나는 게 안타까웠다.

많이 보수해야 한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내기도 했다.그러면서 "현직에 있었다면 개성이 아니라 평양, 신의주까지 가고 싶고, 앞으로 후배들이 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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