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마지막 '직언대신(直言大臣)'

김태철 논설위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을 조기 해임했다. 매티스 장관이 사임서에서 자신의 외교 정책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데 따른 ‘화풀이’라는 게 CNN 등 미국 언론들의 전언이다. 매티스는 최근 트럼프의 시리아 철군 계획에 반발해 “내년 2월 퇴임하겠다”고 발표했고, 트럼프도 같은 날 트위터에서 이 같은 사실을 알렸다.

해병대 장성 출신인 매티스는 지난 3월 경질된 렉스 틸러슨 전 국무장관, 허버트 맥매스터 전 국가안보보좌관 등과 더불어 백악관 내 ‘어른들의 축(axis of adults)’으로 불렸다. ‘동맹국 존중’을 주장한 매티스는 전통적 우의(友誼)보다 경제적 이익을 중시하는 트럼프를 설득해가며 국방정책의 균형을 잡아왔다.매티스는 원로 언론인 밥 우드워드의 《공포: 백악관의 트럼프》에서 트럼프의 주한미군 철수 주장과 관련해 “초등학교 5~6학년 수준”이라고 비판한 것으로 기술되기도 했다.

예측이 어렵고 충동적인 트럼프 행정부에서 안정감과 균형감을 주던 ‘어른들’이 모두 퇴장하면서 미국 대외정책 불확실성이 증폭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가 “마지막 견제자(매티스)의 퇴장으로 미국 국방·안보 전략이 사실상 트럼프 혼자 결정하는 전인미답의 길에 접어들었다”고 했을 정도다.

북한 비핵화와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 등 난제가 쌓여있는 한국은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NYT도 한국을 시리아, 아프가니스탄 등과 함께 주요 안보환경 변화 지역으로 꼽았다. 트럼프의 자국우선주의 ‘안보정책 폭주’는 한반도 정세를 요동치게 만들 가능성이 적지 않다. 미국 군사전문지 성조지도 “한·미동맹과 북한 비핵화의 중요한 시점에 한국의 근심이 커질 것”이라고 분석했다.정작 한국에서는 이런 우려들이 남의 일처럼 낯설게 다가온다. 대북제재 완화 등으로 한·미 간 이견이 노출되고 있고, ‘9·19 남북군사합의’로 국방태세 약화가 우려되고 있지만 제대로 목소리를 내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렵다. 예비역 장성들이 남북군사합의를 ‘우리 방어능력만 줄인 자해행위’라고 비판하고 있지만, 정부와 군 내부에서는 누구도 문제 제기를 하지 않고 있다. 안보 위협이 시시각각 현실화될 조짐이 커지는데도 정책 변화 필요성을 직언(直言)하는 군인과 관료가 보이지 않는다. ‘위험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위험’이라는 말이 무겁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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