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원전도, 태양광도, 풍력도 "이러다 국내 기업 다 잡는다"

원자력 발전을 없애고 태양광·풍력을 키우겠다는 ‘에너지 전환 정책’ 허점들이 그냥 넘겨서는 안 될 수준에 이르렀다. 단순히 ‘허점’이라고 할 수만은 없을 정책 구성 오류와 부실로 인한 에너지 산업 현장에서의 혼란과 충격이 심각하다.

한경이 보도한 ‘태양광 제조사 CEO의 울분’(12월22일자 A1, 3면)은 정부의 태양광 확대 정책이 정교하지 못한 설계와 집행으로 인해 산업현장에 어떤 날벼락을 떨어뜨리고 있는지를 잘 보여줬다. 태양광 부품 업계 선두주자인 JSPV의 이정현 회장에 따르면 정부가 재생에너지를 대폭 확대하고 있지만, 정작 국내 관련 업체들은 무더기 폐업 위기에 처해있다. 품질이 낮고 인증도 받지 않은 저가 중국산 제품이 쏟아져 들어와 국내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어서다. 중국산 태양광 패널 비중은 2014년 17.1%에서 올해(9월 기준) 33.4%로 늘어났다.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의 수혜를 엉뚱하게 중국 업체들이 보고 있는데도 정부는 손을 놓고 있다.정부가 에너지 정책의 골간을 뒤바꾸는 이른바 ‘전환정책’을 밀어붙이고 있지만, 집행과정은 에너지생태계와 산업 현실에 대한 무지와 몰이해, 그로 인해 빚어지는 문제들에 대한 대처능력 부재·무책임 등을 총체적으로 드러내고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태양광만 이런 게 아니다. 풍력분야 역시 덴마크, 독일, 중국 등 외국 기업의 공세에 밀려 국내 업체들이 줄줄이 무너지고 있다. 국내 업체의 풍력 설비 시장 점유율은 2014년 100%에서 올해 30%(9월 기준)로 떨어졌다. 폐업과 감원으로 고용도 24% 감소했다.

재생에너지 업계 곳곳에서 거칠고 설익은 정책으로 날벼락을 맞은 기업들의 하소연이 이어지고 있는데도 정부가 신속한 대응조치를 내놓지 않는 건 묵과하기 어렵다. ‘궁극적 자원’으로 불리는 재생에너지를 키워나가겠다는 제대로 된 의지가 있다면 국내 기업들의 억장을 이렇게까지 무너뜨려서는 안 될 것이다. 정부가 온갖 무리를 하면서까지 재생에너지 정책을 밀어붙이는 것은 ‘위험 에너지’인 원자력 발전을 멈추고 ‘안전 에너지’로 전환하겠다는 명분에서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현실은 받아들이기 힘든 일들의 연속이다. 미국 일본 프랑스 중국 등 원전을 늘리거나 전략 수출산업으로 삼고 있는 주요국가들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유독 한국의 문재인 정부에서만 조급하게 ‘탈원전’을 강행하는 것에 대해 ‘설마’ 했던 예감이 갈수록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국가경제의 기본 인프라인 에너지 정책을 전문가들의 충분한 의견 수렴과 국민 설득 없이 밀어붙이는 것이 이념 우선, 이념 편향의 독선과 오기 때문이라면 정말 큰일이다. 대한민국의 운명을 한줌의 이념가들이 벌이는 실험놀이에 맡길 수는 없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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