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代 정취 깃든 골목 누비고 전통다례 배우고…서울이 즐겁다

여행의 향기

서울관광재단과 함께하는 숨겨진 서울이야기 (5)

체험관광 上
종로구 북촌의 한국차문화체험관 ‘다례song’
여행은 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문화의 정수를 경험하고 체험할 때 여행의 숨은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서울에는 다례체험, 골목체험, 꽃 문화체험, 스케치체험 등 다양한 체험장소가 널려 있다. 체험을 하다 보면 여행의 재미는 배가되고 서울이라는 도시가 더 흥미 있게 다가온다. 추억도 쌓고 색다른 체험도 할 수 있는 서울의 체험관광지 네 곳을 소개한다.

글·사진=이솔 여행작가 leesoltour@naver.com다례의 가치를 느낄 수 있는 다례 song

다도체험에 필요한 다기
종로구 북촌에 있는 한국차문화체험관 ‘다례 song’은 고즈넉한 한옥에서 전통다례를 배울 수 있는 곳이다. 전통다례를 통해 우리나라 역사와 문화의 가치를 배우고 여유롭게 전통차를 음미하며 소통할 수 있다. 다례 속에 숨은 선조들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낸다. 부모와 함께 여행 온 어린이들도 차(茶) 문화 예절을 배울 수 있는 감성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청소년에게는 진로 체험의 기회도 될 수 있다. 오감으로 다례를 체험하며 한국전통문화가 어렵고 딱딱한 것이 아니라 쉽고 재미있고 의미가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남산골 한옥마을에서 단체 체험객의 체험 장소로 한옥을 내주면서 다례체험 프로그램이 시작됐다. 남산골 한옥마을은 남산 아래 퇴계로에 있다. 남산은 풍광이 아름다워 선조들이 골짜기마다 정자를 짓고 여가를 즐긴 곳이다. 그 자락에 서울의 귀중한 민속자료가 되는 한옥 다섯 채를 이전해 복원했다. 선조들의 생활을 그대로 재현한 한옥에서 소박했던 삶을 살펴 수 있다. 남산골 한옥마을에서는 매년 8000명이 넘는 사람이 다례체험을 한다.

북촌 한옥의 다례연구실은 개인 관광객을 위한 다례체험 장소다. 정갈하게 차려 놓은 찻잔 속에서 전통문화의 가치를 배우고 소통한다. 서은주 한서대 융합교양학부 교수는 “다례에서 두 손으로 차를 마시는 것은 자신에 대한 존중”이라고 했다. 다례체험은 그 속에서 한국 전통문화를 배우고, 차문화의 가치를 깨달을 수 있다.

근대화 산업의 메카, 을지로 골목체험
을지로 골목체험
서울의 심장인 을지로는 우리나라 근대화를 이뤄낸 산업혁명의 현장이었다. 첨단도시로 변한 서울에서 지금도 여전히 1980년대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조명, 공구, 미싱, 타일 도기, 신발, 조각, 가구 등 다양한 산업시설이 모여 있다. ‘설계도만 있으면 탱크도 만들 수 있는 곳’으로 불리던 을지로에 도시재생과 변화의 바람을 타고 새로운 문화가 싹트고 있다.

가이드협동조합은 흔히 알려진 서울의 명소를 벗어나 평범한 일상을 접할 수 있는 지역의 이야기를 박물관 큐레이터처럼 들려준다. 외국인을 대상으로 좁은 골목을 걸으며 한국의 근대화 산업 현장을 소개한다. 도시재생사업으로 새롭게 단장한 세운상가를 비롯해 1960년대부터 현재까지 골목에서 열정적인 삶을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을지로 골목 체험은 종로3가역 12번 출구에서 시작된다. 어르신들이 좋아하는 먹자골목을 둘러보고, 1960년대에 세워진 우리나라 최초의 주상복합 건물인 세운상가로 향한다. 도시재생과 4차 산업혁명을 볼 수 있는 세운상가의 옥상 전망대에 올라가면 서울의 옛 모습이 담긴 종묘와 그 너머로 도심을 감싸고 있는 북악산을 볼 수 있다.

세운상가를 내려오면 젊은 예술가들이 하나둘 모여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낸 독특한 감성의 골목이 이어진다. 레트로(회고)에 열광하는 젊은이들이 창업한 카페와 상점이 오래된 골목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좁은 골목으로 들어서면 1960~1970년대 수작업으로 금형을 제작하던 금형 점포들이 자리 잡고 있다. 지금도 좁은 골목에서 망치 소리와 쇠붙이 가는 소리가 흘러나온다. 1960년대 서체로 쓴 간판이 걸려 있는 모습도 정겹다.

세월이 비켜 간 을지로 골목에서 역사의 산증인을 만났다. 전용식 한라금속 사장은 금형 없이 수작업으로 25년 동안 금속성형을 해온 장인(匠人)이다. 을지로 골목 조각 거리의 신진정밀에서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인 이소연 씨가 2008년 우주선에서 사용했던 등고선 촬영기를 제작했다고 한다. 낡고 좁은 골목에는 근대화 산업을 일궈낸 사람들의 이야기가 넘쳐난다.

한국 꽃 문화 제대로 체험하는 벤즈N제이엠지

양재동 화훼공판장의 한국 꽃문화 체험
양재동 aT 화훼공판장은 서울에서 가장 큰 규모의 꽃시장이다. 이른 아침 aT 화훼공판장에서는 꽃 경매가 열린다. 가장 싱싱한 꽃들을 이곳에서 만날 수 있다. 경매시설, 꽃대나 가지를 자른 꽃을 판매하는 절화 시장, 화분에 심어진 식물들을 판매하는 분화코너 등이 있는 화훼공판장에는 꽃문화 체험관도 있다. 원데이클래스, 원예 체험교실 같은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열린다.

aT 화훼공판장 내 벤즈N제이엠지는 우리나라의 꽃 문화를 다양하게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꽃에 관련된 일을 통역하다 우리나라 꽃문화를 연구하게 된 노은숙 대표는 플로럴 디자인 원데이 클래스를 열었다. 아름답고 싱싱한 꽃들이 가득한 양재동 꽃시장을 관광지로 살리겠다는 열정을 갖고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국의 꽃문화를 알리고 아름다운 꽃디자인을 선보인다.

꽃문화체험관에서 만든 꽃상자
싱그러운 꽃들이 가득한 시장을 돌며 체험을 시작한다. 식용 꽃을 맛보기도 한다. 수많은 꽃이 뿜어내는 향기에 취하고, 형형색색의 꽃으로 눈의 호사를 누리고 나면 저절로 마음이 정화된다. 시장을 둘러본 후 꽃문화 체험관에서 꽃다발, 꽃상자, 꽃컵 등을 만들고 체험하는 시간을 가진다.

꽃은 특별한 순간에 아름다운 추억을 선사한다. 홍콩에서 서울로 여행 온 커플이 꽃시장을 둘러보고 꽃상자 만들기 체험을 마친 뒤, 남자친구가 꽃상자에 반지를 넣어 프러포즈를 했다고 한다. 꽃상자로 프러포즈를 받은 여자친구는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운현궁에서 즐기는 수묵화 야외스케치

운현궁 야외 수묵화 클래스 / 서울관광재단 제공
종로구 안국역에서 낙원상가를 향해 걷다 보면 길게 이어진 담장 너머로 고즈넉한 한옥이 자리한다.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운현궁은 조선 26대 임금인 고종의 아버지 흥선대원군 이하응의 집이다. 성균관대 붓글씨 동아리에서 만난 선후배와 함께 만든 라이크잇은 운현궁에서 야외 수묵화 클래스를 열었다. 운현궁 야외 수묵화 클래스는 서울을 찾은 외국인에게 전통미 가득한 한옥의 아름다움과 문화유산을 소개하며 고즈넉한 풍경과 어우러진 건축물을 수묵화로 그리는 체험이다.

수묵의 매력은 먹색 하나로 수천, 수만 가지 색을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요즘 유행하는 펜 스케치와 달리 먹과 붓으로 스케치하는 기법은 붓글씨와도 맥을 같이해 전통문화예술을 살린 체험으로 더할 나위 없다.운현궁 수묵화 야외스케치 클래스에서는 간편하게 드로잉할 수 있는 재료를 제공한다. 초보자도 쉽게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선 긋기 연습을 한 후, 사랑채인 노안당 전경의 밑그림에 수묵 채색을 한다. 밑그림은 똑같이 주어지지만 체험자들의 결과물은 모두 다르다는 것이 재미있다.

송윤경 대표는 운현궁 수묵화 야외스케치를 시작으로 경복궁, 덕수궁, 창덕궁뿐만 아니라 한국의 명소에서 수묵화 야외스케치도 기획하고 있다. 서울의 아름다운 문화유산을 감상하며 사군자, 민화, 인물화 등 우리의 전통 미술을 체험하고 서울 여행의 추억을 화폭에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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