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설지만 진지한 음악…새해 희망도 노래한다

셸시의 '평화', 스트라빈스키 '시편교향곡', 슈트라우스 '알프스 교향곡'…
연말연시 신선하고 특별한 클래식 공연 풍성

서울시향, 21일 예술의전당서 '합창' '평화' 등 들려줘
KBS響도 '합창교향곡' 선사

테츨라프, 다음달 5, 6일 무대…시마노프스키 음악세계 조명
도이치캄머필, 롯데콘서트홀서 슈베르트 교향곡 9번 연주
올겨울 관객 귀에 새로움을 더해줄 클래식 곡들이 찾아온다. 자친토 셸시의 ‘평화’처럼 자주 들을 수 없는 현대 교향곡부터 새해를 맞아 삶의 의미를 되새겨볼 수 있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알프스 교향곡’까지 다양한 레퍼토리가 무대에 오른다. 베토벤 교향곡 9번과 헨델의 ‘메시아’, 요한 슈트라우스 1세의 ‘라데츠키 행진곡’ 등 연말 클래식 공연장의 단골 메뉴 사이에서 신선함을 살리려는 오케스트라의 고민이 담겨 눈길을 끈다.

‘합창 교향곡’ 의미 살리는 도입서울시향은 오는 21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티에리 피셔 지휘로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을 연주한다. 앞서 1부에서 선보일 곡으로 이탈리아 작곡가 셸시(1905~1988)의 1969년작 ‘평화(Konx-Om-Pax)’를 택했다. 곡의 원제는 각각 평화를 의미하는 아시리아어와 산스크리트어, 라틴어다. 2차대전의 충격으로 정신병에 시달렸던 셸시가 평화에 대한 염원을 담아 작곡했다. 이 곡 3악장의 합창 가사는 신을 부르는 신성한 소리라고 여겨지는 ‘옴(Om)’으로만 구성돼 있어 성스러운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신의 은총과 인류애를 노래한 베토벤 교향곡과 의미가 통한다. 한정호 음악평론가는 “셸시의 평화는 대중적인 곡은 아니지만 베토벤 합창의 의미를 살려줄 뛰어난 작품”이라고 말했다.

KBS교향악단도 28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합창 교향곡’을 연주한다. 다른 레퍼토리는 스트라빈스키의 1930년작 ‘시편교향곡’을 골랐다. 성경에서 3개의 시편(38, 39, 150편)을 채택해 만든 이 곡은 “주여, 나의 기도를 들어주소서”라는 가사로 시작해 옛 교회의 엄숙한 제식을 연상시킨다. KBS교향악단은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을 고려해 서곡도 합창이 들어가는 곡을 선택했다”며 “한국에서 잘 연주되지 않는 프로그램이라는 점도 고려했다”고 말했다. 새로운 시도를 좋아하는 요엘 레비 KBS교향악단 감독의 취향도 반영됐다.

음악가 개성과 새해 시작 의미 조명서울시향이 ‘2019 올해의 음악가’로 선정한 크리스티안 테츨라프(52)는 다음달 5일 예술의전당, 6일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서울시향과 함께 새해 첫 곡으로 시마노프스키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을 선보인다. 서울시향이 지난해 만든 ‘올해의 음악가’는 매년 정상급 음악가를 선정해 그의 음악 세계를 면밀히 비춰보는 프로그램이다. 테츨라프는 독일 출신 바이올리니스트로 바로크부터 현대에 이르는 광범위한 레퍼토리를 자랑한다. 폴란드 작곡가 카롤 시마노프스키(1882~1937)의 바이올린 협주곡은 특유의 신비로운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고난도 기교가 필요하다. 서울시향 관계자는 “곡 해석력과 표현력이 뛰어난 테츨라프의 장기를 관객들이 경험할 수 있도록 국내에선 잘 연주되지 않는 곡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2부에서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알프스 교향곡’도 연주한다. 서울시향이 2년 만에 다시 선보이는 이 곡은 험준한 알프스 산맥의 경관과 정상에 오르는 희열을 담았다. 편성이 크고 경관을 음악적으로 세밀하게 묘사하기 쉽지 않아 자주 연주되지 않는다. 한정호 평론가는 “오케스트라가 작품성 높은 레퍼토리를 통해 한 해를 도전적으로 시작한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며 “겨울이라는 계절적 배경도 슈트라우스를 조망하기에 적합하다”고 했다.

베토벤 아닌 슈베르트 ‘제9번’도이치캄머필하모닉은 19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슈베르트 교향곡 9번으로 관객을 찾는다. 9번 교향곡 ‘그레이트’는 ‘미완성’으로 알려진 교향곡 8번에 비해 인지도는 낮다. 곡 길이도 1시간이나 되고 편성도 커 오케스트라의 부담이 만만찮다.

황진규 평론가는 “그레이트는 작곡가 슈만이 ‘천국적으로 길다’고 극찬할 정도로 완성도가 높은 곡”이라고 말했다. 슈베르트 9번 교향곡에서 베토벤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는 점도 연말 무대에 어울리는 이유다. 슈베르트는 그가 가장 존경한 음악가인 베토벤과 동시대를 살았던 인물이다. 파보 예르비 캄머필 예술감독(55)은 “흔히 낭만주의 관점에서 감상하는 그레이트를 베토벤이 정립한 고전주의로 담백하게 해석해 보이겠다”고 밝혔다.

주은진 기자 jinzoo@hankyung.com

핫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