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자동차 판매 28년 만에 감소…내수시장 덮친 '통상전쟁 한파'

지난달 14% 줄어…새 車 수요 5개월째 '후진'
GM·포드 등 미국 車 가장 고전
내년 취득세 인하 기대에 구매 미루기도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의 지난달 신차 판매량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13.9%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7월부터 5개월 연속 감소세다. 이에 따라 올해 중국의 자동차 판매량은 1990년 이후 28년 만에 처음으로 전년 대비 줄어들 것이 확실해지고 있다. 통상전쟁 와중에 내수가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는 평가다.
12일 중국 자동차제조협회(CAAM)에 따르면 11월 신차 판매량은 255만 대에 그쳐 작년 동기 대비 13.9% 줄었다. 최대 명절인 춘제(春節·중국 설) 연휴 영향으로 자동차 판매가 26.4% 급감한 2012년 1월 이후 7년여 만에 감소폭이 가장 크다.차종별로 승용차 판매 부진이 심각하다. 지난달 승용차 판매량은 217만3500대에 머물러 전년 동기 대비 16.1% 줄었다. 지난 6월부터 6개월째 감소세가 이어졌다. 상용차 판매량은 37만4300대로 작년 11월보다 1.7% 늘었다.

업체별로는 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제일 고전하고 있다. 11월 상하이GM의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22.8% 줄어든 14만7222대를 기록했다. 미국 포드자동차의 판매량도 작년 11월보다 45% 감소했다. 반면 일본 도요타는 상대적으로 좋은 실적을 보였다. 이치도요타와 광치도요타의 승용차 판매량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각각 1.8%, 62.4% 증가했다.

올 들어 11월까지 판매량은 2540만 대로 작년 동기 대비 1.7% 줄었다. 이달 들어서도 판매량이 작년 12월보다 4%가량 줄어든 상태다. 시장에서는 올해 중국에서 자동차 판매가 작년보다 3%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중국의 자동차 판매 부진은 미·중 통상전쟁 격화에 따른 경기 둔화와 소비 심리 악화 때문이란 분석이 많다. 차량호출 서비스 시장이 성장하면서 자동차를 소유하기보다는 이용하는 쪽으로 소비자 의식이 바뀐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상하이에 있는 컨설팅업체 오토모빌리티는 차량호출 서비스용 승용차가 중국 전체 승용차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올해 13%에서 2025년엔 30%까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경기 부양을 위해 중국 정부가 내년에 자동차 취득세를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수요 위축을 부른 한 요인이다. 구매 시점을 늦추려는 움직임이 생기고 있다는 것이다. 쉬하이둥 중국자동차공업협회 부회장은 “우리는 지금 매우 힘든 시기에 처해 있다”며 “내년에는 더 큰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판매 부진이 이어지자 중국 자동차업계는 경차의 취득세를 절반으로 낮추는 등 수요 진작 정책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판매가 줄어들면 자동차 시장에서 부실 기업이 자연스럽게 퇴출될 것이라며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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